CRM 시장 봄 기지개 `활짝`

제조-유통등 도입 업종 늘고 중견 기업으로 수요 확산

고객관계관리(CRM) 시장에 봄 기운이 완연하다.

 지난해 사상 최악의 침체기를 보냈던 CRM 업계가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해 시장 침제의 주 원인였던, 대기업 편중 현상이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CRM은 통신사 및 금융권이 주로 도입했으며 투자 규모도 대부분 수백억원에 달했다. CRM 시장이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형성됨에 따라 전체적인 시장 규모 자체가 크지 않을뿐 아니라 그 수혜자는 몇몇 다국적 컴퓨팅 기업에 국한됐다.

 하지만 올들어 CRM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CRM을 도입하는 업종이 제조· 유통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도 도입이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CRM 도입의 업종 다양화는 CRM 시장을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 중견 기업으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지난해 다국적 솔루션 업체들이 몇 안되는 대형 프로젝트를 독식할때 손놓고 있던 국산 솔루션 업계에도 생기가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초의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CRM 시장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성장한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CRM 저변이 확대된다=업계가 전망하는 올 CRM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업종 다변화다. 즉 통신·금융 위주로 형성돼 있는 시장이 제조·유통 그리고 공공분야까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종 다변화에 따라 CRM 도입 기업이 대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CRM이 업종별 특화 기능을 살린 전문 패키지 솔루션으로 변화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30여개에 이르는 국산 CRM 업체들에게 ‘먹거리’가 생긴 셈이다.

 실제로 최근들어 대형 금융사나 통신사 외에도 현대자동차, 아모레태평양, 아울렛21 등과 같은 제조·유통 관련 업체들이 CRM을 구축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은 공공 시장이다. 이미 일부 업체에서는 공공 시장을 겨냥한 CRM을 적극 알리고 있다.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기전 이해관계가 얽힌 국민의 인식을 미리 파악하고 피드백을 통해 정부 정책의 당위성을 알리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CRM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원전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전력이나 다양한 중앙부처에서 CRM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향후 공공기관의 CRM 도입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고객관리에서 파트너 관리까지=분석 CRM 위주로 형성돼 있던 시장이 운영 CRM으로 확대된데 이어 접점(contact point)에 따라 솔루션이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파트너 관리의 개념을 담은 PRM, 내부 지원파트 조직을 겨냥한 ARM 등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PRM은 CRM 다각화를 견인하고 있다. PRM은 기업과 고객 중간에 제2의 파트너가 있는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즉 대리점이나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보험사나 유통사, 방문 판매 형태로 영업이 이뤄지는 다양한 업종에서 이 솔루션의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 PRM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이네트크레젠의 양재삼 사장은 “기존 CRM은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고객을 관리한다는 데 집중돼 있는 반면 PRM은 오프라인 유통조직까지 포함해 고객을 관리하는 보다 적극적인 의미”라고 설명했다.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자=CRM 업계는 작년 시장에 대해 ‘사상 최악’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서슴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대형 프로젝트는 진행이 늦어 다음해로 넘어 갔고 경기가 위축돼 CRM에 새롭게 관심을 보일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업체들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졸라맨 한해였다.

 올들어 시장이 활기를 띰에 따라 관련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영업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CRM 전문 기업인 씨벨시스템즈코리아는 올해 PRM 시장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며 산업별 솔루션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NCR테라데이타는 초대형 DW와 CRM과의 연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이 회사는 본사 차원에서 SAP, 씨벨 등과 협력을 맺음에 따라 DW와 연계된 대형 CRM 시장 대응에서 유연한 정책을 구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오롱건설·동양생명·벽산 등 지난해 5개 수요처를 확보하며 CRM 시장에 처음 진입한 한국후지쯔도 제2금융권과 유통 분야를 집중 공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업체로 유일하게 금융 전문 CRM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는 윌비솔루션이나 CRM에 이어 PRM 솔루션을 보유한 이테트크레젠, 유니보스아이젠텍, 렉스켄 등 국내 업체들도 다양해지는 수요처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