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투자전문 회사인 메릴린치는 향후 소프트웨어(SW) 기업에 대한 평가시 MLODI(Merrill Lynch On Demand Index)라는 평가지표를 활용,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서비스 능력을 고려해 기업가치에 가산점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판매방식으로는 더 이상 SW사업자가 높은 경쟁력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 기업가치 산정시 ASP 방식의 온라인 판매 비율을 중요한 잣대로 활용하겠다는 설명이다.
국내에서 ASP에 대한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는 동안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SW 사업자들의 ASP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오라클·SAP·시벨 등 기존 SW 강자들이 온라인화를 마치고 ASP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세일즈포스닷컴(Salesforce.com)·넷슈트(Netsuite) 등 전문 ASP 업체들의 성공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ASP 사업자는 크게 전문 ASP 사업자, 온라인 SW 사업자, ASP 인프라 사업자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매달 미국내 ASP 사업자 순위를 발표하고 있는 ASP뉴스닷컴의 지난달 순위를 보면 전문 ASP 사업자 7개사, 온라인 소프트웨어 사업자 18개사, ASP 인프라 사업자가 25개사가 올라 있다.
그렇다면 우리 ASP 산업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본지는 그동안 연재를 통해 공유한 ASP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현황을 바탕으로 국내 선도 사업자들을 심층 분석함으로써 ASP 산업의 현장과 미래 청사진을 조망한다.<편집자>
“아시아 ASP시장의 패권을 쥔다.”
넥서브(대표 오병기 http://www.nexerve.com)는 지난 2000년 LG CNS에서 분사해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오라클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ASP 방식으로 상용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초기 국내 ASP 시장을 포문을 연 전문 ASP 업체이다.
넥서브는 현재 영실업·셀빅·우리조명·오리엔트·희성정밀·아모제 등 제조 및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80여 개가 넘는 중견중소(SMB) 기업을 ASP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17개 사에 오라클 ERP와 유닉스 서버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고객사의 증가는 넥서브가 지난해 ASP서비스의 키워드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ASP는 데이터센터 확보, 운영센터 구축 등 많은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한 장치산업 성격이 짙어 일정 규모의 고객이 확보될 때까지는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넥서브는 기존의 고객수요를 기반으로 다양한 산업별 템플릿 개발에 나서 지속적인 가격 및 품질 경쟁력 제고를 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지난 2000년 ASP 계약을 맺었던 영실업·셀빅 등과 기간 만료(3년) 후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서비스의 안정성과 만족도를 재확인시켰다.
넥서브는 전용 ASP 센터에 설치된 서버와 모듈화된 범용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산업별 템플릿을 재사용해 시스템 구축 기간과 비용 절감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 3년간 넥서브가 ASP 방식으로 구축한 15개 오라클 ERP 고객사의 구축 기간은 평균 4.8 개월이었고 이는 최소 8개월 이상 소요되던 기존 시스템통합(SI) 방식의 50%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 애플리케이션 운영과 관련해 온라인 기반 컨설팅 및 운영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자사에 두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으로 고품질 서비스를 받도록 했다.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으로 오라클 ERP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관리인원 1명, 회계·생산·물류 등 각 업무당 1명씩, 최소 4명 이상의 전담 인원이 필요했다. 이 경우 기업들은 매달 1500만원(월 급여 250만원X4명 + 재경비 125만원X4명) 이상의 운영비용이 필요하지만 이를 1명의 전문가가 온라인을 통해 최소 2개 이상의 고객을 동시 지원, 2배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
최근 해외로 목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넥서브는 우선 중국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국내 기업의 정보시스템 통합의 방안으로 ASP를 제안하고 있다.
이미 ASP 서비스의 품질제고를 위해 10여 명의 전문인력을 보강한 넥서브는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특히 내화물 제조 업체 원진그룹의 국내 4개사와 중국의 5개 현지법인을 ASP ERP로 통합하는데 성공한 만큼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잠재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안에 중국 지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오병기 사장
“대형 할인 매장들이 유통혁명을 이뤄낸 것처럼 ASP를 통해 IT 서비스 시장의 혁명을 실현할 것입니다.”
오병기 사장(39)은 LG CNS 재직 시절 아웃소싱 사업을 추진하면서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임대하는 ASP 사업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했다.
이같은 확신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99년 미국 오라클 본사로 날아간 오 사장은 당시 미국에서도 검증되지 않고 있던 오라클 ASP 서비스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소개했고 2000년 넥서브 설립과 함께 국내 ASP 서비스의 서막을 알렸다.
이듬해에는 부산시와 함께 부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내에 ASP 센터를 설립하는 등 40억원이 넘는 과감한 초기 투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ASP 선도업체로의 면모를 다져왔다.
“선도기업의 역할이자 의무는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투자를 지속해 초기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요즘 그의 대외활동은 더욱 활발하다.
‘한국ASP산업컨소시엄’에 이어 최근 200여개 ASP사업자가 참여해 태동한 ‘한국IT렌탈산업협회’의 총무· 부회장직을 맡으며 ASP 전도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미 한국·일본·싱가포르 등 3개국을 주축으로 설립된 아시아ASP/IDC연맹의 부회장으로도 활동중인 그는 “국내 ASP 산업의 성공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토대로 미국 주도의 ASP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스2>아시아 첫 오라클 ERP의 ASP 상용화 성공.
넥서브는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오라클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을 ASP 서비스로 상용화한 국내 벤처기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9년 오라클은 ‘비즈니스온라인(BOL)’을 모토로 미국 시장에서 자사의 ERP 솔루션의 ASP 서비스에 나선 바 있다. 당시 100여 명의 전담 부서를 신설하며 ASP 사업을 추진했던 오라클은 미국에서도 성숙되지 않은 ASP 서비스를 다른 국가에 선보이는데 상당히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넥서브는 2000년 8월 이 같은 오라클 본사의 우려를 불식하고 아시아 최초로 ERP ASP 제공에 성공했다.
넥서브의 서비스는 크게 컨설팅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운영 서비스, 운영 호스팅 서비스 등으로 구분된다. 특히 컨설팅 서비스는 고객 만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으로 정보전략 수립,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BPR), 업무 프로세스개선(BPI), 변화 관리(CM), 사용자 지원 및 교육 등을 통해 기업의 정보시스템 구축과 프로세스 혁신을 꾀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실례로 2001년 LG루코트분체도료(구 LG페로)에 ASP 방법론을 적용, 회계·물류·생산 등 ERP 핵심 기능을 3개월만에 구현함으로써 SI 방법론 대비 50% 이상의 기간 및 비용 절감효과를 낳았다.
현재 넥서브는 매출액 80억∼5000억 원 대의 다양한 규모와 업종에 포진중인 고객들에게 오라클 ERP AS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도입 이전에 월 마감을 익월 1개월 내에도 마무리짓지 못하거나 마감의 정확성이 불투명했던 기업들이 현재 익월 2주내 마감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 개통한 원진그룹은 중국 5개 사업장을 포함하여 9개 계열사의 통합 마감 시기를 1주일 이내로 단축, 컨설팅 서비스의 우수성을 검증받고 있다.
이 같은 성공은 최근 일본 시장의 벤치마킹 모델로도 부상, 넥서브는 이달 중순께 오라클 일본지사를 방문해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표>넥서브 기업 지표
구분 전문 ASP 사업자
설립일 2000. 7. 15
대표 오병기
주요 주주 LG CNS·삼성SDS·KTB네트워크·아세나그룹
자본금 39.5억 원
매출.손익(2003년 기준) 107억 원·3.7억 원 (관계사 포함)
직원 수 116명 (관계사 포함)
주요 서비스 컨설팅, 애플리케이션운영, 인프라호스팅
주요 애플리케이션 오라클ERP, 삼성 유니라이트, 그룹웨어
ASP 고객수 80여 개
<그림>넥서브 고객 및 서비스 분석, 넥서브서비스모델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넥서브의 주요 고객·서비스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