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포럼2004]국제담론·협력의 장 만든다

한때 ‘혁명’으로 지칭됐던 사회 전반의 디지털화 추세가 이제 정치·경제·사회·문화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다. 디지털이란 화두가 던져진지 불과 몇년새 우리 생활의 면면이나 국가사회의 거시적인 모습조차 달라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진전하는 정보기술(IT)이 방송·금융·유통 등 주변 연관 산업과 화학적 결합을 이뤄내면서 경제환경 또한 크게 변모하고 있다. 이른바 디지털 융복합(컨버전스) 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컨버전스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향후 국가사회 전반의 변화·발전 양상을 미리 점쳐보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가는 작업은 미래를 대비한 국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서울 디지털포럼 2004’는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디지털 혁명이 불러올 총체적인 변화에 대한 거대 담론의 장으로 마련됐다. 6,7일 이틀간 행사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로 채택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의 두드러진 특징은 미국 MIT 미디어랩의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 길더그룹 조지 길더 회장, 맥킨지&컴퍼니 마이클 J. 울프 대표 등 전세계 디지털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석학과 저명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전자·네트워크·콘텐츠·미디어 등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이 거세게 일고 있는 분야에서 이들은 시대를 꿰뚫는 혜안과 식견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IT 시장의 거두인 마이클 델 회장, 드림웍스SKG의 설립자인 제프리 카젠버그, 일본 후지쯔의 아키쿠사 나오유키 회장, 제리양 야후 창립자 등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디지털한국의 달라진 위상에 찬사를 보낸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6일 저녁 환영리셉션으로 열린 네그로폰테 교수의 특별강연이 백미다. 그는 ‘이것이 디지털이다’는 책으로 디지털 미래학에 불을 지핀 선구자. 네그로폰테 교수의 특별강연 자체가 한국의 세계적인 위상을 실감케 하는 각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7일 개막총회와 더불어 전자·네트워크·콘텐츠·미디어 등 4개 세션별로 진행되는 본 행사는 지금껏 우리나라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적 저명인사들의 통찰력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KT 이용경 사장, LG전자 이희국 사장, SK텔레콤 김신배 사장, 삼성전자 김병국 부사장, CJ엔터테인먼트 박동호 사장, 소프트웨어진흥원 고현진 원장, 다음 이재웅 사장, NHN 김범수 사장, SK텔레콤 윤송이 상무 등 내로라 하는 국내 업계·기관 대표들이 참가해 해외 인사들과 비전을 공유한다. 이날 폐막총회에 앞서 종합대토론은 국내외 석학과 인사들이 시대를 넘나드는 통찰력으로 디지털 컨버전스 현상을 진단하고, 우리의 현 주소를 파악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번 서울 디지털포럼 2004 행사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디지털 시대 ‘국제적 담론과 협력’의 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주최측인 SBS가 이번 행사를 전세계 재계의 지식총회인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빗대 향후 ‘디지털 다보스포럼’으로 정착시키겠다고 한 것도 이런 뜻에서다. 또한 이번 행사는 세계 IT 시장의 선두주자로 한층 높아진 위상을 경험하고 있는 국내 IT 산업 역량을 해외 만방에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석학과 IT 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디지털코리아의 비전을 함께 나눔으로써, 미래를 대비한 우리의 실천전략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인 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