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경쟁제한`CEO 릴레이 인터뷰](1)남용 LG텔레콤 사장

이동전화사업자간 ‘시장 경쟁제한’ 논란이 뜨겁다. 특히 011·017 합병 인가조건을 심사하는 정보통신정책심의회의 일정이 계속 순연되면서 SK텔레콤과 KTF―LG텔레콤간 공방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3사 최고경영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을 들어본다.

 ―정책심의회가 뭘 판단해야 하는가.

 ▲3사 모두 보조금 불법 지급으로 통신위로부터 제재를 받았는데 합병인가조건 규제를 받는 SK텔레콤이 똑같은 제재에 그치면 말이 되는가. 통신위는 불법 시장행위를 감시하지만 심의위는 인가조건을 감시한다. 완전 별개다. 통신위나 심의위 모두 정통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데 이번에도 방관하면 명백히 직무유기라고 본다.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도 판단해야 한다. 시점을 작년말로 보면 전체 순증가입자의 87.6%를 가져간 SK텔레콤의 쏠림이 명백하다. 올해 번호이동성 도입으로 해소됐다면 차후에 적용하면 된다. 매 6개월마다 하기로 한 경쟁상황 평가를 은근슬쩍 올 3월 기준으로 바꿔 제시하는 바람에 본질이 흐려졌다.

 시점을 늦췄다 해도 사정은 똑같다. 신규 010 시장의 절반 정도를 SK텔레콤이 가져갔다. SK텔레콤의 독점으로 가능했던 주파수·브랜드 파워에다 3대 약탈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명백한 상황이 어떻게 논쟁꺼리가 되나. 지난해말까지는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이었고, 지금은 ‘우려할만한 상황’이라는 표현이 맞다. 경쟁제한적 상황이란 시장점유율(MS) 50% 이상이다.

 ―왜 SK텔레콤의 약탈인가.

 ▲지금의 SK텔레콤은 정부가 만들어 줬다. 우리가 경쟁에 뛰어들 때 SK텔레콤은 460만 가입자를 갖고 있었다. 이익잉여금도 8000억원 이상 보유했다. 매달 10만원 이상 요금을 내는 우량가입자였다. 나중에 뛰어든 후발사업자는 3만원이 고작이었다. 그때부터 망을 깔아도 3년이 걸렸다. 소비자 인식도 바꾸기가 힘들었다. 선진국은 후발사업자에게 망 개방이나 번호이동, 접속료등으로 보전해준다. 유효경쟁정책이 거꾸로 돌아왔다. 단말기 보조금, 리베이트, 제조사 장악력 등 SKT의 독점적 지위는 기본적으로 자금줄에서 비롯됐다. 3대 약탈인 셈이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인가조건을 확실히 지키도록 감시하고 둘째, SK텔레콤이 약탈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리베이트를 금지시키고, 주파수 독점도 해제해야 한다. 후발사업자에게 단말기보조금을 한시적(점유율 18%, 가입자 650만명)으로 허용하고 접속료 원가를 받게 해줘야 한다. SK텔레콤이 약탈적 방법으로 돈 쓰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 우리에겐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정통부는 규제 정책은 없고, 산업육성정책만 있다. 원칙도 장관과 국장이 바뀔 때마다 달라진다. 이동전화 시장에 경쟁이 중요하다. 셀룰러 시절 신세기통신이 등장하기 전까지 SK텔레콤의 독점 폐해가 얼마나 컸는지 생각해보라.

 ―후발사업자가 제대로 못한 것도 요인 아닌가.

 ▲뱅크온만 해도 우리가 제일 먼저 시작했고, 캔유폰 단말기의 사용자편의성(UI)도 제일 좋다. 약정할인도 마찬가지다. 3분의 1 투자로 이 정도까지 효율을 냈다. 중계기·기지국도 보급형으로 자체 개발했다. 이게 경영실패냐. 이거 해내려고 직원들이 엄청 고생했다. 모바일뱅킹 가입자의 절반을 우리가, 40%를 SKT가, 10%를 KTF가 가져갔다. 우리는 경쟁력 있다.

 ―시장 점유율 보장은 시장 논리와 어긋나지 않은가.

 ▲시장 경쟁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점유율 18∼21%가 돼야 게임이 된다. 규모의 경제로 인해 EVDV·휴대인터넷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성장이 가능하다. 우리는 아직도 누적적자를 극복하지 못했고, 주주환원도 못했다. 최소한 18%는 가야 한다. 우리의 흑자는 정말이지 억지로 짜낸 눈물겨운 흑자다. 남들 리베이트 줄 때 못주고, 남들 투자할 때 못했다. 18%를 달성할 때까지 접속료 보전, 단말기 보조금 예외적 허용 등은 유효경쟁을 위한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