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차세대 정보 시스템 프로젝트의 서막이 오른다.
지난 1년여 동안 강도높은 아키텍처 컨설팅 작업을 벌여온 국민은행은 이달 말 본격적인 차세대 프로젝트 구축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민은행은 최근 정보계 시스템을 시작으로 계정계 시스템까지 단계적으로 슬림화를 추진하는 로드맵을 확정, 국내 유수의 IT업체와 컨설팅 업체들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발송했다.
2000억원 규모인 국민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민간부문의 단일 IT 사업으로 국내 최대규모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메인프레임 중심의 뱅킹 핵심업무를 오픈 시스템인 유닉스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또한 컴포넌트기반개발(CBD) 등 신기술 적용 여부와 범위에 대해서도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단계적 구축을 골자로 한 로드맵 확정=최근 확정한 차세대 시스템 로드맵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빅뱅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이 리스크가 높다고 보고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키로 했다. 현업의 요구가 높고 리스크가 적은 업무부터 단계적인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정보계성 신규 업무와 비 코어뱅킹 부문의 사업이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고객정보통합, 단말 및 채널 통합, 여신 사전·사후 관리 등 비 코어뱅킹 시스템은 곧 입찰제안요청서(RFP) 발송과 사업자 선정 작업을 거쳐 내년 12월까지 구축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국민은행은 우선 오는 7월부터 내년 12월까지 현재 메인프레임으로 가동중인 코어뱅킹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유닉스로 전환할 예정이다.
이후 2007년부터 가동되는 신시스템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골자로 한 IT 도약 프로그램을 마련,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프로그램 최적화와 오픈 시스템 환경의 시스템관리 및 안정화에 만전을 기한다는 생각이다.
◇첫번째 프로젝트 이달 말 발주=우선 이달 말께 CBD, J2EE 등 당초 국민은행이 채택한 신기술을 적용한 멀티채널통합(MCA) 및 고객정보통합 프로젝트가 발주될 예정이다. MCA 프로젝트는 각 영업점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콜센터, 웹단말 등 각종 채널을 통합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슬림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에 코어뱅킹 시스템에 포함됐던 각 채널 정보들이 별도로 신설되는 채널서버에 묶여 통합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와 함께 기존의 코어뱅킹 시스템,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방카슈랑스 시스템 등에 산재한 고객 정보를 통합하는 고객정보통합 프로젝트가 비슷한 시기에 시작될 예정이다. 또 이들 프로젝트에 이어 대외계 등을 아우르는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 프로젝트도 시작된다. 국민은행 EAI는 데이터베이스(DB)와 애플리케이션 통합이 동시에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뱅킹 적용 방법론에 주목=이미 단계적인 유닉스 전환 방침이 결정된 만큼 향후 대규모 트랜잭션이 발생하는 계정계 시스템에 어떤 방법론을 적용할 것인지가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우선 정보계 등 비 코어뱅킹 시스템의 유닉스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한 국민은행은 이와 관련해 상반기 중 최종 적용방법론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논의중인 방법론은 두가지. 그 중 하나는 기존에 요구불예금·적립식예금·여신상품 등 업무 및 서비스 단위로 구성된 계정계 시스템을 단위별로 잘라 순차적으로 전환을 꾀하는 방식이다. 또다른 방안은 기존에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져 온 방식으로 상품별로 구성된 시스템을 기능별로 분리, 컴포넌트 단위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리스크를 줄이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유연성과 확장성 등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도 예상할 수 있다. 후자는 이에 비해 다소 복잡한 작업과 기간이 요구되고 전체 시스템을 건드려야 하지만 구축효과는 더 클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금까지 진행상황에 비춰보면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부 수신업무를 제외한 부문에 후자의 방식을 적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산 조직의 정비와 확대도 추진=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보다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국민은행은 최근 7개 팀으로 구성된 전산정보그룹에 ‘코어뱅킹 슬림화팀’과 ‘프로그램·프로젝트 관리(PPM) 팀’을 신설했다. 또 교육, 성과관리, 직무역량 강화, IT비용절감 등과 같은 업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IT행정팀을 IT혁신지원팀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핵심인력 육성을 위해 선진 금융기관 등을 통한 위탁교육 등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방침이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