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21](12)수컷없는 자가생식

여자들만 살면서도 종족 보존이 가능했다는 그리스 신화 속의 무사족 아마조네스가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됐다.

 지난달 한·일 공동연구로 ‘아빠 없는 쥐’ 생산 기술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예수 이후 최초의 아버지 없는 탄생이라고 불리는 이 생명공학 기술의 원리는 무엇일까.

 1996년 태어난 최초의 복제양 돌리는 아빠는 없고 엄마만 둘이었다. 핵이 있는 엄마 양의 유선세포를 핵이 제거된 다른 엄마 양의 난자와 결합시킨 후 이를 대리모 자궁에 이식하여 새끼양 돌리를 낳게 했다. 두 여성의 세포가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난 것처럼 수정란을 분열시킨 것이다.

 또, 지난 2월 서울대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복제된 인간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한 것은 남성의 도움없이 한 여성의 염색체 두개(체세포와 핵을 제거한 난자)를 난자에 넣은 뒤 이를 수정시킴으로써 가능했다.

 이와는 달리,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팀과 일본 도쿄대 농대 고노 도모히로 교수팀이 공동으로 진행한 정자없이 여성의 난자 둘만으로 생명체를 탄생시킨 이 실험은 한 개의 염색체(난자)만을 가진 성세포 중 하나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정자로 인식하게 한 뒤 나머지 난자에 이식해 배아를 얻는 방법으로 구현했다. 난자를 정자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서 다른 난자와 수정시킨 것이다.

 사실 우리는 엄마와 아빠로부터 유전자를 절반씩 얻지만, 이들이 모두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2세의 어떤 부분은 아빠 쪽 유전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고, 어떤 부분은 엄마 쪽 유전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엄마 유전자의 기능을 제거하면 난자도 정자처럼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아버지 없는 생식’이 인간에게까지 가능해진다면 사회적, 윤리적인 대혼란이 초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