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수 KTF사장은 시종 일관 이통시장의 독점체제를 규제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 KT의 재판매에 대해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은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규제(유효경쟁정책)가 시장원리보다 앞설 수 있나.
▲유효경쟁정책이 시장원리와 상충한다고 오인받는데 명백히 잘못됐다. 유효경쟁정책은 그 자체가 시장 경쟁을 위한 것이며, 지배적 사업자의 독점을 막기 위한 정부의 노력을 지칭한다. 새삼 유효경쟁을 강조하는 것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SK텔레콤에 대한 강력한 규제정책을 펴지 않으면 독점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줄곧 커왔던 초기의 규제정책이 실패해 지금 더 큰 대가를 치르는 것 아니냐. 2년 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을 용인해 준 결과다. 올해 번호이동성 시차제로 쏠림현상이 다소 완화돼도 시차제가 완전히 풀리는 내년에 SK텔레콤이 독식할 게 뻔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부가 독점 방지를 위해 강력한 유효경쟁 정책을 내와야 한다.
-KT재판매를 포함해 KTF도 준지배적 사업자라는 지적이 있는데.
▲가입자 1100만명, 시장점유율 32%라는 수치를 들어 그런 말이 나오는데 지금 문제는 SK텔레콤의 독점력이다. 해외를 봐도 우리나라처럼 1,2위 간 격차가 큰 경우는 없다. SK텔레콤은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계속 유지해왔다. 1위 사업자가 50% 이상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2위 사업자를 규제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우리를 준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면 정작 수혜자는 LG텔레콤이 아니라 SK텔레콤이다. ‘1강1중1약’ 시장 구도를 ‘1강2약’ 구도로 재편하려는 의도다. SK텔레콤이 공공연히 LG텔레콤만은 배려해준다 하나 도를 넘은 발상이다. 우리 후발사업자는 SK텔레콤의 양보가 아니라 엄정한 법 적용과 원칙을 바란다.
-합병인가 조건 3항과 13항에 대해 심의위가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보나.
▲분명히 SK텔레콤이 저지른 합병인가조건 위반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부가 시장에 늘 개입할 수 없으나 경쟁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적극 관여해야 한다. 근본 문제는 합병에서 비롯됐고 지금이라도 최소한의 공정한 게임 법칙을 만들면 된다. 잘라 말해 SK텔레콤이 점유율 50%를 넘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 감독해야 한다는 뜻이다. 공정위가 제지업종의 지배적 사업자의 합병을 승인할 때도 5년간 시장점유율 50% 이하를 강제했다. 이번 합병인가조건도 SK텔레콤이 존속할 때까지 유효하다. 다만 SK텔레콤이 인가조건 이행여부를 6개월마다 보고토록 한 조항이 문제인데, 이 또한 연장해야 한다는 게 우리 주장이다.
-번호이동성 시차제 이후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나.
▲그게 바로 공급자(사업자) 논리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 번호이동성 시차제가 시행됐으나 과연 소비자 선택이 자유로운지 되묻고 싶다.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운 SK텔레콤은 전국 유통망과 로밍센터를 곳곳에서 장악했다. 엄청난 광고물량을 후발사업자가 감당할 수 있느냐. 소비자는 많은 리베이트와 멤버십서비스, 매일매일 노출되는 광고에 유인될 수밖에 없다. 이동전화사업자 전체 순익의 80%를 독식한 SK텔레콤이 막대한 이윤을 불려가는 빈익빈부익부 상황에서 도저히 게임이 안된다. 당초 합병인가조건이 내건 취지를 생각하면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의 우려만 있어도 규제해야 한다.
-후발사업자가 통신시장 신규 성장엔진 발굴에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도 있다.
▲지배적 사업자가 시장전체를 키워 ‘윈윈’하자는 데는 100% 동감한다. 아니 사업자의 의무다. 그러나 선도의 책임은 SK텔레콤에 있다. SK텔레콤이 후발사업자를 고사하는 데 혈안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신성장 사업에 관심을 둘 수 있나. SK텔레콤 스스로 과다한 리베이트를 쓰지 않는 모범을 보이면 후발사업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없다.
-KT의 재판매가 계속 문제인데.
▲바꿔 생각해보자. KT 영업력에도 SK텔레콤의 시장독식 현상이 이렇게 심한데 그마저 없었다면 도대체 어찌 됐겠는가. SK텔레콤은 물론 LG텔레콤도 헐뜯을 명분이 없다. 두 회사 모두 재벌그룹 계열사로 출발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유무형의 지원을 얻었나.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