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시장 경쟁제한`CEO 릴레이 인터뷰](3)SKT 김신배 사장­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경쟁제한적 상황이라는 통신시장의 핵심 쟁점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점과 KTF와 LG텔레콤에 대해 분리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정보통신정책심의위 결정을 앞두고 방어 논리를 적극 펼쳤다.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이라는 데 동의할 수 있나.

 ▲시장점유율이 높아진 것을 갖고 그러는데 한번 따져보자. 신세기통신 합병 이후 점유율이 늘어나기는 했으나 후발사업자도 급성장했다. KTF는 연평균 39%, LG텔레콤은 21%씩 성장했다. 4대 사업자인 KT재판매가 빠져 있다. 시장 독점을 말하려면 후발사업자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거나 시장 전체에 악영향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더욱이 세계 유례 없는 번호이동성시차제도 도입했다. 아직 LG텔레콤이 누적 흑자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이익이 나기 시작했다.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징조다.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독점력 강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동전화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뭔가.

 ▲저성장 기조로 돌아선 것이다. 사업자간 치열한 경쟁으로 엄청난 비용을 초래하기보다 소비자와 경제환경에 이익을 주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바로 사업자가 주도적으로 국가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대표적이다.

 이제 휴대폰은 단순한 통신수단이 아니다. MP3플레이어, 전자화폐, PDA, 게임기 등 문화와 경제생활이 휴대폰 속에 녹아들었다. 휴대폰이 종합 멀티미디어 단말기로 진화, 발전해 소비자 편익이 높아지고 시장이 또다시 성장한다면 그게 바로 사업자 공생의 길이다. 시장 포화상태에서 서로 이전투구를 벌여선 안된다.

 -SK텔레콤이 전통적인 내수시장에 안주했다는 비판도 있다.

 ▲CDMA 신화로 불리는 우리 이동통신 산업은 서비스·기술·콘텐츠 경쟁력 수준이 세계적이다. 해외 시장에 분명 기회가 있다. 선발 사업자로서의 역할이기도 하다. 해외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면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생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이게 바로 ‘윈윈’이다. 새 CEO로 취임하면서 하나 꿈이 있다면 SK텔레콤을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존경받는 기업으로 키우는 일이다. 갈수록 사회공헌 활동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신산업 육성이나 해외시장 진출은 다 좋은데 후발사업자들은 모두 ‘시늉’으로 본다.이 참에 후발사업자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은 없나.

 ▲후발사업자가 정말 어렵다면 양보할 의향도 있다. 하지만 LG텔레콤만 해도 지난해 이익을 내지 않았나. 지금은 서로를 너무 자극하는 형국이다. 사업자 스스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만이 ‘윈윈’하는 길이다. 다만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이 자생력을 갖추기 정말 어렵다면 KT그룹과 공동으로 방법을 논의할 수 있다. 물론 우리가 지원한다는 뜻은 아니다. KT의 재판매와 KTF를 합치면 우리에 못지 않은 규모여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양보하라는 주장을 수용하기 힘들다. LG텔레콤이 가입자 600만에 시장점유율 18%를 못박아 요구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제를 억지로 꿰맞춰달라는 것으로 말이 안된다.

 -공생의 방안엔 어떤 게 있나.

 ▲과잉·출혈경쟁은 적극 지양하겠다.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클린마케팅을 벌였다. 그래서 지난해 순증 가입자 규모가 120만여명에 그쳤다. 정통부도 인정하는 바다. 중요한 협력분야에서 인프라를 공유하고 기술 표준화에 힘을 모으겠다. 휴대폰 지불결제를 위한 가맹점 단말기 표준화에 앞장선 것이나, 이동전화사업자의 위성DMB 참여기준을 공정하게 마련하는 것도 이런 뜻에서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은 사업자 스스로가 더 잘 안다.

 -정보통신정책심의위 안건에 대해 최근 정부도 자율적인 협의를 권하는 것 같던데···.

 ▲사업자끼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며, 방법을 찾아낼 생각이다. 모두 양보할 수 없다는 자세라면 답이 없다. 협상의 자세도 아니다. 타협점을 찾는다면 SK텔레콤은 언제든지 자율협상에 응할 용의가 있다. 이동전화시장이 심각한 경쟁제한적 상황이냐는 판단 기준도 가입자 점유율만 놓고 보면 소모전만 이어질 뿐이다. 점유율만 놓고 보면 늘 제로섬 게임밖에 못한다. 해답은 시장을 키우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