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反面敎師)란 말은 196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때 마오쩌둥(毛澤東)이 처음 사용했다. 타산지석과 비슷한 뜻으로 부정적인 것을 보고 긍정적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이다. 혁명에 위협은 되지만 반면 사람들에게 교훈이 되는 집단이나 개인을 일컫는다. 요즘은 사람이나 사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가르침을 얻는 것을 말한다.
며칠 전 뜻밖의 비보가 전해졌다. 평소 알고 지내던 소프트웨어업체 사장이 급기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다. 그는 8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한 우물만 팠다. 경기가 좋을 때는 우수기업이란 명목으로 정부, 각종 협·단체로부터 표창장을 받는 것이 주요한 일과였다. 각종 행사에 정부의 초대도 이어졌다. 그렇던 그가 아끼던 사업체를 포기해야만 하는 속 사정은 무엇일까.
궁극적으로 경영 미숙이라는 개인의 실패에 화살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면에는 그에게도 말 못할 사정이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잘나갈 때는 모두가 하나 된 목소리로 해외시장 진출을 외쳤다. 많은 기업들이 보따리를 싸들고 희망의 땅을 찾았지만 결국 탕아(?)가 되어 돌아왔다. 국내시장도 마찬가지다. 말로만 소프트웨어산업 진흥을 외쳤지, 고질적 문제인 저가입찰제 개선은 최근에야 도마에 올랐다. 업체로선 팔아도 믿지는 상황이 연출되다 보니 생존 자체가 문제다.
물론 시장환경 개선은 업계가 주체이어야 한다. 그러나 주력산업으로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업계 혼자만의 힘으로 역부족이다.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게임산업 주도권을 둘러싸고 문화·정통부의 마찰음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 부처중 누가 하든 산업을 진흥시킨다는 취지에 토를 달 수 없다. 하지만 일시적 금전적 지원, 표창장의 남발 같은 전시행정으로 유인하려 한다면 잘못이다. 물러나는 소프트웨어업체 사장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시장을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일회성 선심정책은 순간 달지만 지나면 오히려 독이다. 표창장은 산업부흥에 부가적인 힘을 실어 줄 수 있지만 직접적인 동기를 제공할 수는 없다. 소프트웨어산업 정책을 보면서 콘텐츠업계도 정부도 ‘반면교사’를 되새겨 볼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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