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모바일콘텐츠 시장이 불법복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모바일콘텐츠 시장이 매년 고성장세를 유지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불법복제로부터 안전했기 때문이다. 콘텐츠를 무선망을 통해서 내려받기 때문에 유선망으로 활발하게 공유되는 여타 콘텐츠와 달리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본지 5월11일자 1·3면 참조
그러나 최근 휴대폰과 PC간 데이터 교환이 가능해지면서 ‘콘텐츠의 공짜 사용’이 범람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PC에서 벨소리와 동영상, 배경화면 등을 받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모바일게임까지 불법복제의 먹잇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벨소리·배경화면·동영상은 ‘공짜’=PC와의 연동이 이루어지면서 가장 타격을 받은 분야는 벨소리·동영상·배경화면 공급회사다. 사용자들이 손쉽게 자신만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전송하는 방법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모바일게임 복제처럼 불법성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사용자들은 “유료 구입한 CD속 음악을 벨소리로 사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고 말한다.
때문에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 벨소리와 배경화면 등을 전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한다. 콘텐츠 내려받기에서 수익을 올리는 이동통신사들은 아직 이런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를 꺼리는 눈치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무료 콘텐츠를 사용하고 있다.
LG전자의 MP3폰(모델명 LP3000) 사용자들에게 최근까지 인기를 끌었던 ‘폰매니저’가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서비스센터에서 사용하다가 일반에 유출된 ‘폰매니저’는 무료 벨소리와 동영상을 전송할 수 있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부적절한 사용으로 단말기 고장이 속출하자 사용을 막아놓은 상태다.
캠코더폰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P2P 사이트를 통해 내려받은 불법 파일을 캠코더폰 형식으로 변환해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MP3 파일을 변환해 MP3 기능도 없는 휴대폰에서 음악을 청취하는 경우도 많다. 이를 반영하듯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벨소리’ ‘동영상’ 등의 검색어를 넣으면 휴대폰용 콘텐츠를 무료로 공유하는 수많은 커뮤니티가 검색되고 있다.
◇범법행위로 발전 우려=벨소리와 배경화면의 무단 사용은 법적 제재를 가하기가 힘들다. 소비자들의 주장대로 본인이 제작한 콘텐츠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모바일게임 공유는 그 자체로 엄연한 범법행위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저작권법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다. 모바일게임을 복제, 전송할 수 있는 개발자용 프로그램이 등장하자마자 공유 커뮤니티가 생겨난 것은 국내 사용자들의 인식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 커뮤니티는 게임업체의 경고를 받고 개설자가 자진 폐쇄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절실=현행 저작권법은 타인의 저작물을 복제, 전송, 배포함으로써 재산권을 침해했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처벌 자체가 피해자의 신고를 동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영세한 콘텐츠사업자들의 어려움이 크다.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모바일콘텐츠 시장의 중요성과 불법사용의 폐해를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모바일 콘텐츠 업체의 한 관계자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콘텐츠 업계와 달리 정부나 이동통신사는 상대적으로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사용자들 역시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로 훗날 제대로 된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기자 jy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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