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이후 줄곧 하락세를 유지해 온 CRT모니터 가격이 처음으로 인상된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보정보통신·올링스미디어·PC뱅크·빅빔 등 저가 CRT모니터 공급사들은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해서 모니터 가격을 5000∼1만원 정도 인상할 계획이다.
삼보정보통신은 내달부터 소비자가격을 4∼5000원(출고가 2∼3000원) 정도 올릴 예정이며, 올링스미디어도 재고가 소진되는 내달쯤 5000∼1만원 가량 인상할 방침이다. 이외 빅빔도 경쟁사 추세에 맞춰 5∼6000원 정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같은 가격인상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따른 것으로 브라운관 유리와 CDT 브라운관까지 전반적인 원자재 가격이 5∼8달러 가량 인상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 지난 4월 한국전기초자 유리 용해로가 균열된 것을 비롯, 유리를 생산하는 회사들이 일제히 공장 보수에 들어가거나 제조 라인을 LCD로 대체하면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실제로 CDT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청화픽쳐튜브가 지난달 CDT 가격을 6∼7% 인상했으며, LG필립스디스플레이도 5%, 오리온전기도 10∼15% 가량 인상했다.
여기에 LCD 패널가격 인상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CRT모니터 수요가 예상치를 웃돈 데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17인치 CRT모니터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공급물량이 부족해지고 있어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DT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삼성SDI에서도 전체 수요의 70%밖에 소화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할 만큼 수급이 불안한 상태”라며 “원자재 가격이 인상된 만큼 불가피하게 CRT모니터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빅빔의 이익희 차장도 “LCD모니터 가격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이 상태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CRT모니터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같은 가격인상은 저가형 CRT모니터에 초점을 맞춘 중소기업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이미지퀘스트 등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높고 자금력이 우수한 대기업에서는 당분간 인상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저가 시장을 위축시키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삼보정보통신의 한 관계자도 “저가형 제품일수록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며 “비수기로 접어든 마당에 소비자 구매까지 주저하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CRT모니터 시장은 월 17∼20만대 규모로 저가(8∼9만대)와 고가(7∼8만대)로 수요가 양분돼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