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정보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정보접근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누구나 원하면 컴퓨터와 인터넷을 편리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 마련이 가장 먼저 해결돼야 할 문제입니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회진흥장은 정보격차의 제1 과제를 ‘접근성 용이’로 규정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농어촌 지역까지 초고속망이 구축돼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접근센터를 통해 정보접근 격차는 상당히 해소됐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못 미치는 장애인·노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에 대한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최근 마련된 ‘웹콘텐츠 접근성지침 1.0’을 토대로 연내에 자동평가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요 공공기관부터 배포하기로 했다. 정보문화진흥원은 또 ‘웹콘텐츠 접근성지침 1.0’에 대해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단체 표준 지정을 통해 공공기관 사이트 등을 대상으로 인증 작업을 권고할 예정이다.
대기업들도 노인이나 장애인과 같은 정보화 소외계층이 편리하게 홈페이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홈페이지 리뉴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홈페이지의 텍스트 크기를 크게 하거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채택한 한화그룹 홈페이지(http://www.hanhwa.co.kr)가 대표적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7%가 넘어 유엔이 정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는 극히 초보적인 수준이다. 그나마 노인층의 컴퓨터, 인터넷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노인 관련 단체나 기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노인 정보 격차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노인정보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인터넷사용방법과 함께 대두되는 언어의 문제다. 노인들의 인터넷 참여의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언어의 접근성’이 용이해야 한다. 정보접근성은 크게 향상되고 있지만, 국민 각 계층간에 정보이용능력의 격차는 아직도 상당히 심한 편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을 쓰기에는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정보소외 현상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주소는 영어로 돼 있다. 대다수 노년층은 영어에 약할 수밖에 없고 언어의 장벽이 해결되지 않는 한 노인 정보격차 해소는 어렵다. 실버넷 기자인 변노수 씨는 “우리나라도 한글 인터넷 주소가 표준화되면 수많은 웹사이트와 콘텐츠의 제작이 이뤄지고, 누구나 손쉽고 편리하게 정보 검색 및 활용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한글인터넷주소의 활용이 가져다 주는 정보경제의 변화는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 지역 노인사회복지관에서 노년층을 위한 무료 인터넷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에 한정돼 있지 않더라도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후원하는 실버넷(http://www.silvernet.ne.kr) 사이트도 노인 정보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전국 100여개 대학에서 방학을 활용해 55살 이상 노인들에게 7∼10일 가량 집중적으로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이는 20여 명의 교수들이 모여 벌어는 ‘실버넷 운동’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 사이트는 특히 노인 기자들로 구성된 20여명의 ‘실버 기자단’이 직접 글을 올린다. ‘여성 노인의 성생활’, ‘도쿄 긴자의 101세 할머니 바텐더’ 등 노년층의 이성 교제와 사회 참여 문제들이 논의되고 있다.
실버넷은 다양한 노인들의 의사소통, 커뮤니티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반면 한글인터넷주소의 이용은 다소 부진한 편이다.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각종 인터넷 제작교육과정에 한글인터넷주소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용을 안해서가 아니라 아직 한글인터넷주소의 실체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것이 옳다. 이에 따라 정보문화 진흥원은 올해 ‘실버넷 운동 본부’를 인수해 노인정보화교육사업 효율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한글인터넷주소의 사용을 확대하고 한글 에메일주소의 사용도 병행해 권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대학의 노인정보화교육 운영에 대해 강사비 교재비 등도 지원할 방침이며, 실버넷 운동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노인 정보화교육지원 관리 및 운영 내실화도 꾀한다는게 정보문화 진흥원의 계획이다.
정보문화진흥원 신광우 정보생활진흥단장은 “실버넷 운동을 전행하면서 인터넷 교육은 겨우 정보 격차 해소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인터넷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새로이 전개되는 사이버 세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법중의 하나가 한글인터넷주소와 한글이메일주소의 사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넷은 노인들 스스로 사이버 세상으로의 통로를 만들고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티를 형성해서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특히 실버 기자들은 정보 격차를 스스로 줄여나가고 있다. 단지 기사를 올리는 차원을 넘어서 다른 노인들을 리드하고, 여러가지 모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자원봉사를 통해 동료 노인들에게 인터넷을 교육하기도 하고, 건전한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사회운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실버 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변노수씨는 “노인들의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나 사회 단체가 무언가 해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이것이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며 “인터넷을 매개체로 지금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면서 배운 경험으로 사회를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하려는 노인들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을 결과로 얻기 위해서 인터넷 접근의 용이성, 인터넷 언어의 보편성을 주장했다.
정보격차 해소의 최종단계는 생산적 정보이용자의 소비적 정보이용자간의 격차를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다양한 기회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정보기술이 가져다 주는 효용성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노력해 나가기 위해서 먼저 무엇을 해야할지, 정부와 사회가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 길에 한글인터넷주소가 정보 격차 해소에 나침반으로 지름길을 제시해 주고 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기고]최두진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격차연구 센터장
IT는 인간의 정신적 능력을 무한대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인류가 발명한 기술 중 가장 뛰어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기술이 가져다 주는 다양한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IT는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손쉽게 극복할 수 있어 전 세계를 무대로 24시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그러나 IT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지는 않으며, 정보화가 가져다 주는 다양한 혜택을 모든 국민이 골고루 향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농어촌 주민, 도시 저소득층, 생산직 근로자, 장애인, 노인, 주부 등이 바로 정보화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소위 ‘정보장애자’들이다.
인터넷 이용율만을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정보소외계층은 전체 국민의 35%를 점유하고 있다.정보를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 사이의 기회의 차이가 바로 정보격차라고 할 수 있다. 어느 시대에나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가 있었는데도 정보격차를 최근 국제사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지식정보사회가 네트워크 사회이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네트워크의 접속 여부는 단순한 소외의 차원을 넘어 사회로부터의 단절과 배제를 의미할 수 있다.
둘째, IT는 지식정보사회에서의 핵심적 생산수단이며, 지식정보사회의 경제는 정보경제이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은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최대의 수단이며, 정보이용능력은 정보경제 체제에서 경제활동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셋째, 정보격차로 인한 계층간의 사회적 문화적 단절과 사회적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산업사회와 정보사회의 문화적 코드가 현저하게 다름으로써 세대간의 차이가 아닌 세대간의 단절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보격차해소를 위한 정부와 시민사회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 정보장애인에 대한 정보화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자국인터넷 주소 처럼 정보격차 해소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게 될 솔루션의 확산이 필요하다.
<미니캠페인>인터넷용어 이렇게 바꾸면 어때요?
일반적으로 정치 전체를 이르는 말. 좁은 뜻으로 컴퓨터를 구성하는 전기회로 중 논리회로나 기억장치와 그 실장기술에 한정해서 말한다. 하드웨어는 이미 고착화 된 외래어로 소프트웨어의 반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순 우리말로 ‘굳은 모’라고 사용한다. 반대로 소프트웨어는 ‘무른 모’로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는 우리말로서 거북한 면이 없지 않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이미 한국화한 외래어로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순 우리말인 ‘굳은 모’와 ‘무른 모’로 표기할 보다 다감한 느낌으로 IT가 다가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