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 `특허순위`의미-한국기업 기술력 `기대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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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부르짖어 왔던 국내 대기업 가운데 오직 삼성전자만이 세계 10위권 기술기업이라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정부에서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위해 차세대 성장동력 사업 등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일반국민들은 국내에 세계적인 기업이 많다고 인식하고 있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과에 대해 “국내 대기업들이 그동안 매출 증대, 수익 확대 등 양적 성장에 치중해 오면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있는 원천 기술투자와 이의 확보를 소홀히한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연구소의 조사분석결과가 이같은 만큼 정부도 기본 설비투자, R&D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대기업, 원천기술 투자에 소홀=삼성전자가 2002년에 4위를 기록했지만 1년만에 6위로 내려앉은 것은 히타치, 마쓰시타 전공, 캐논, 도시바, 소니 등 상위 5개 일본 업체들에 비해 특허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이유는 네이처·사이언스 등 주요 과학잡지에서 인용도가 이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112개의 특허를 획득했지만 과학잡지 인용도는 최저 수준(0.01)이어서 순위가 경쟁사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단순히 특허의 숫자에만 치중했지 주요 과학잡지에 인용될만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방증이어서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웰처국제특허법률사무소의 김희곤 변리사는 “국내 기업이 기술력이 부족한 것은 R&D가 원천 기술 개발보다는 상용화 기술에 지나치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적 기업은 기초 R&D 투자를 국가와 대학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기업은 질적 경쟁력, 정부는 투자 가이드 돼야=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인텔, 델파이, 마쓰시타 전공의 사례를 들며 ‘이들 회사가 경기 불황에도 순위가 급상승한 것은 기술력있는 벤처 M&A를 통해 기술 확보 전략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R&D 투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언급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국내 대기업이 돈을 쌓아 두고 있지만 설비와 R&D 투자를 안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투자 이후에도 전망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며 “최소 3년간 지속할만한 확실한 경제 정책 전망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 상무는 “국내 대기업들이 R&D 투자에 인색해 아직도 질적 성장보다 모양새를 중시하는 과거의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1899년에 창간된 MIT 테크놀로지리뷰(http://www.technologyreview.com/scorecards)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매월 발행하는 영향력있는 과학공학 잡지이며 세계 기업의 기술력 분석은 지난 98년부터 매년 실시하고 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