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술산업 8개분야 860여 우량기업을 대상으로 핵심 특허 기술력을 평가한 결과 국내 기업은 전체의 2% 미만인 13개만이 순위 안에 들었다. 특히 바이오 및 의학·항공우주·컴퓨터 분야에서는 단 한개의 기업도 순위 안에 들지 못하는 등 전자·반도체를 제외한 전분야에서 국내 대표기업들의 핵심 기술력이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유력한 공학과학 잡지인 MIT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미국 특허 건수 △보유 특허가 해당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 △사이언스·네이처 등 세계 주요 과학 잡지 인용도 △특허의 실질효과 수명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계량화해 기술력을 분석, ‘2004 TR 특허 순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전자분야에서 6위를 기록, 톱10에 랭크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삼성도 2002년의 4위에서 두 계단 하락했다.
반도체·전자·통신분야를 보면 △하이닉스 13위(반도체부문, 전체 조사대상 103개)△ LG전자 14위(전자, 156개) △LG필립스LCD 18위(전자, 156개) △아남반도체 94위(반도체, 103개) △오리온전기 111위(전자, 156개) △대우일렉트로닉스 146위(전자, 156개) △대우통신 67위(통신, 67개)를 각각 기록했다.
특히 통신·화학·자동차 분야에서도 국내 대표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KT·LG화학·현대자동차가 세계 정상권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분야에서 △KT는 53위(통신, 67개) △LG화학 137위(화학, 166개) △현대자동차 36위(자동차,111개)를 각각 기록하는 데 그쳤다.
KT의 경우 미국 특허가 11건에 지나지 않았으며 특허의 영향력이 떨어져 미국의 AT&T(8위)는 물론 일본의 NTT(16위), KDDI(39위)에도 뒤졌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윤종언 상무는 “IMF이후 국내 기업들이 R&D 투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지만 전자·반도체 분야를 제외하고는 기술 경쟁력이 세계 수준과 큰 격차가 있다”며 “국내 대기업들이 매출, 자산 등 양적 지표는 세계 10위에 들어가 있지만 질적 지표는 낮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손재권기자 gjac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