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할리우드를 폭격하다/오가 노리오 지음/안소현 옮김/루비박스 펴냄
소니의 사업 영역을 가전에서 게임·음악·영화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 분야로까지 확대시키고, 회사의 외형을 1조엔대에서 4조엔대로 키우는 등 소니를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인물. 일본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소니의 영광을 일궈낸 오가 노리오(73) 명예 회장이 바로 그다.
‘소니, 할리우드를 폭격하다’는 오가 명예 회장이 니혼케이자신문사에 2년여 간 ‘나의 이력서’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을 묶어 만든 화제의 책. 바리톤 가수를 꿈꿨던 저자가 경영자로서 50년간 걸어온 경영과 인생에 대한 궤적을 담은 자서전적인 경영일지다.
도쿄예술대학, 베를린국립예술대학 음악학부를 수석 졸업한 그는 창업주인 이부카 마사루 모리타 아키오 회장의 9년에 걸친 설득 끝에 음악을 함께 한다는 조건으로 53년 소니에 입사했다. 34세(64년) 나이에 이사가 된 것을 시작으로 68년 CBS·소니레코드 전무를 거쳐 70년 사장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계속했다. 82년 소니 사장에 이어 95년에는 마침내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6월 일선에서 물러나 그는 현재 명예 회장을 지내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항상 보기에 아름답고 성능도 뛰어나며 그 제품을 갖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제품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한다. 오가 명예 회장을 사로잡은 화두는 바로 ‘감동’이다. 다시 말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날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 무엇인가를 발견할 때의 기쁨, 미지의 세계에 순수하게 감동하는 기분을, 소니라는 기업과 그 회사의 제품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일깨워주는 회사가 되기를 바랐다는 게 그의 일관된 경영 철학인 것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자동차의 양쪽 바퀴와 같다”
브랜드와 디자인의 중요성에 주목했던 오가 명예 회장은 ‘소니다움’을 강조한 상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할리우드 기업을 사들이고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용하는 경영을 실현했다. 하드웨어를 팔려면 소프트웨어가 필요하고, 소프트웨어가 팔리면 하드웨어도 팔 수 있는 등 둘 사이에는 상승효과가 작용한다는 생각에서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상은 적중한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니는 미·일 간의 문화마찰이라는 큰 난관에 봉착했다. “소니가 컬럼비아영화사를 매입한다는 계획이 확실해지자 곧 바로 ‘뉴스위크’에 ‘일본, 할리우드 진격’이란 특집기사가 실린 것. 잡지 표지에는 컬럼비아영화사의 상표인 ‘자유의 여신상’에 게이샤 풍의 옷을 걸친 모습이 실렸다. 소니가 흡사 미국의 영혼을 돈으로 산 듯한 보도였다. “이 사태를 접한 나는 곧바로 미국으로 달려가 언론 설명회 등을 통해 미 국민의 감정을 달래는 데 성공했다.” 저자는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손수 제트기를 조종한다는 저자는 “사람이 비행기를 타면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며 “72세까지 최고경영자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남들이 자는 시간에도 조종실에서 운전하는 것처럼 살아 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들이 한번쯤 곱씹어 볼 대목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