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위조반도체 적극 대응

불법으로 위조된 반도체가 전방위로 유통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이 피해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세계반도체협의회(WSC) 제8차 총회에서도 위조 반도체에 대해 공동 대응키로 하는 등 위조 반도체 문제가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의 공동 관심사로 부상함에 따라 이같은 움직임은 국제적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내셔널세미컨덕터, 아나로그디바이스 제품이 위·변조돼 관련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은 데 이어 최근에는 페어차일드반도체, AMD 등 외국계 반도체업체와 국내 팹리스 업체인 인터피온의 반도체가 복제·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도체 불법 위조는 흔하게 벌어지고 있으나 고객사와 자사의 이미지 훼손을 우려, 반도체 업체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 호조로 위조품이 갈수록 기승을 부림에 따라 업체들이 위조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려 피해를 예방하고 불법 제조업체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받는 등 문제 해결에 나섰다.

전력용 반도체 업체인 페어차일드코리아는 자사 제품(제품명 SGH80N60UFD)의 위조품이 국내 반도체 시장에 유통되는 상황을 파악하고 이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또 고객사에 복제 제품 유통 사실을 알리고 고객들이 위조 반도체를 사용하지 말도록 요청했다.

페어차일드코리아 이준 상무는 “위조된 반도체는 인버터 등에 쓰이는 소자로 정품에 비해 AC/DC의 특성 및 스위칭 속도가 현저히 떨어져 제품의 성능에 치명적인 결함을 야기할 수 있다”며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조치를 취하고 국내 고객의 손실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벤처회사인 인터피온도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했으나 중국의 한 업체가 이를 불법으로 복제, 위조품을 유통해 피해를 입었다. 인터피온 측은 최근 위조업체를 적발, 불법 제조를 막는 한편 이 업체를 현지 생산 기지로 활용하기로 했다.

인터피온 주성준 사장은 “중국업체에 라이선스 비용을 받고, 인터피온의 마크를 붙이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고 현지 제조라인을 활용해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며 “반도체의 위조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어 상호 ‘윈윈’ 하는 방식으로 해결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업체인 AMD는 CPU 위조를 막기 위해 자사의 모든 정품 제품에 위변조 방지 스티커를 붙이기로 했다. 이는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제품의 표식을 지우고 고가 제품 표식을 다시 입히는 이른바 ‘리마킹’ 제품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AMD측은 위·변조가 많은 지역의 거래에서는 바코드 시리얼 넘버와 자사의 공인 유통업자 이름을 새겨 위조를 어렵게 만들기로 했다.

반도체 업체들의 이 같은 노력과 함께 각국 반도체 협회 차원의 대응 방안도 모색중이다. WSC는 13일 열린 총회에서 지적재산권 문제에 강력 대응키로 결의하는 등 불법복제 반도체 문제에 나섰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