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소프트웨어의 자존심 격인 한글과컴퓨터와 국내 통신업계의 거인인 KT가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서비스를 추진한다는 사실은 초고속인터넷 환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다. 또 1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오피스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지는 등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사업내용=양사가 추진하는 온라인 서비스로 제공될 소프트웨어는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과 표 계산 프로그램인 넥셀,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인 한컴슬라이드 등이다. 소위 3대 핵심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모두 망라한 셈이다.
현재까지 양사가 합의한 내용은 서비스 방식과 대략적인 요금, 그리고 비용처리 방식이다. 서비스 방식은 2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하나의 컴퓨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제약을 두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전자는 학생이나 주부가 사용하는 가정에 알맞고 후자는 이동이 잦은 직장인이 있는 가정에 적당하다.
가격은 서비스 방식과 서비스 소프트웨어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000∼3000원 정도가 될 전망이다. 비용처리 방식은 초고속인터넷 사용 요금과 합산된다. 양사는 조만간 세부사항을 결정하고 7월 초에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가장 민감한 사항은 서비스 대상의 폭이다. 한글과컴퓨터는 KT의 메가패스 고객 570만명 모두에게 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입장이고, KT는 이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객 전체로 확대되면 요금이 낮아질 수 있지만 필요없는 고객에게도 사용을 강제한다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다.
◇의미=백신 등 일부 응용 소프트웨어가 초고속인터넷 이용자에게 온라인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되는 사례는 있지만 워드프로세서나 표 계산 프로그램,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 등 핵심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서비스는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수십만원을 내고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월 1000원 정도에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 있어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업그레이드돼도 새로 사지 않아도 항상 최신의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 통상 압력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비율은 40∼50%에 이른다.
특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불법복제 제품이라는 것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온라인 서비스가 확대되면 수많은 불법복제 사용자를 정품 사용자로 돌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산업 측면에서도 연간 200억∼300억원의 시장확대 효과가 예상되며 이 서비스의 성과가 좋을 경우 다른 국산 소프트웨어의 온라인 서비스가 이어지는 촉매제 역할도 기대된다.
◇전망=아직 구체적인 내용에 관해서는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이 서비스의 실시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일각에서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KT의 대형투자자라는 점에서 한글과컴퓨터와의 협력이 가능할지 의구심을 보이고 있지만 KT 내부에서도 “분명한 이익을 내고 사회적으로도 순기능이 많은 사업에 반대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저작권 문제도 저작권 소유자인 한글과컴퓨터가 KT와 별도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선택적인 서비스로 결정이 날 경우 양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 서비스의 이점을 고객에게 설득할 수 있을지다. 한글과컴퓨터는 선택적 서비스를 할 경우 메가패스 고객 가운데 20% 내외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한글과컴퓨터는 50억∼60억원의 추가 매출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 시장을 발판으로 가정 시장으로 세력을 확대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가정 시장을 교두보로 삼아 기업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한글과컴퓨터의 오피스 2차 대전이 불가피해 오피스시장의 판도변화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