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먹던 北美시장 대박 터지나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북미시장 진출 노력이 3년만에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4월말 상용화한 ‘시티오브히어로’와 ‘리니지2’가 유료 서비스 2주만에 각각 10만명, 6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미국 시장 조사업체 NPD그룹이 지난달 24일부터 1주간 북미지역 PC게임 판매순위를 집계한 결과에서도 ‘시티오브히어로’와 ‘리니지2’가 각각 1, 2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엔씨소프트는 올해말까지 북미지역에서 3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뚜렷한 실적 개선은 중국과 동남아시장 진출에만 몰두해있는 국내 게임업계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각) 폐막된 ‘E3’행사 기간중 김택진 사장이 던진 ‘북미시장’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업계의 새 화두가 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 사장은 덧붙여 “엔씨소프트의 올해 해외 매출은 미국에서 가장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막대한 투자를 요구했던 ‘물먹는 하마’인 북미시장이 ‘신규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자신하는 대목인 것이다.

 이에대해 온라인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 기라성 같은 게임업체들이 경쟁하는 북미 시장에서 엔씨소프트가 보여 준 성과가 사실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랍다”며 “중화권과 북미권에 대한 투자 효율성을 비교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금까지 엔씨소프트가 미국 시장에 쏟아부은 시간적, 금전적 노력은 상당했다. 이 회사가 지난 2001년부터 미국시장에 쏟아부은 투자액은 유명개발자 리처드 개리엇의 영입비용(480억원), 게임개발사 인수, 현지 개발비용 등을 합쳐 1000억원에 달한다. 기대했던 성과가 조기에 나타나지 않아 경영진들의 ‘마음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김택진 사장도 E3 현장에서 “미국 시장의 트렌드를 읽고 이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게 가장 큰 숙제였다”며 마음고생의 일단을 들어내 보이기도 했다.

 동양증권 정우철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일본의 게임시장규모가 가장 크다”면서 “초기 시장 진입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는 없지만, 점유율을 넓혀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