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여 만에 업무 복귀한 노무현 대통령이 일성으로 ‘민생 경제 회복’을 외치면서 정부의 경기 및 민간기업 투자 활성화 정책에 탄력에 붙을 전망이다.
한 쪽에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가로막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나 바닥까지 떨어진 소비심리를 하루빨리 진작시켜야 기업도 맘놓고 투자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디지털TV와 같이 내수 경기 파급 효과가 큰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제도 마련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기업투자 활성화에 정책 무게 실린다=정부는 18일 노 대통령이 업무복귀 후 주재하는 첫 국무회의에서 당면한 고유가에 대한 종합대책을 논의한다. 이와 별개로 대검은 이학수 삼성 부회장 등에 대한 불구속 수사로 정치자금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할 예정이다. 잔뜩 위축된 재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행보다.
정부는 또 대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의 투자 활력을 되찾지 않고선 침체될 대로 침체된 내수경기 진작과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노무현 대통령은 21일과 24일 각각 대기업과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할 예정이다.
대기업 CEO들은 출자총액제한이나 수도권 공장총량제와 같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제도의 과감한 혁파를 건의할 예정이다. 중소기업CEO 역시 중소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모 대기업 임원은 “기업의 투자 의욕이 떨어진 것은 제도 자체보다는 정책의 불확실성”이라며 “정부도 어떤 결론이든 정책 방향을 빨리 제시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내수진작 지원정책 시급=정부는 상반기 중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통신사업자를 비롯한 IT대기업의 투자일정을 조금이라도 앞당겨 내수를 진작시킨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IT대기업들이 투자해도 얻을 실익이 없자 투자에 난색을 표명한다는 점이다.
한 통신사업자 사장은 “WCDMA서비스는 당장 수요가 없어 투자를 최대한 늦추고 싶으나 솔직히 정부 독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면서 “기업이 찾는 신성장동력이란 것도 결국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인데 정부도 도와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의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 냉정해서 돈이 될 것 같으면 정부가 투자하지 말라고 말려도 투자한다”면서 “우리 경제 정책의 상당수가 이러한 시장과 투자 메커니즘을 반영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새 수요 창출보다 기존 수요의 활성화가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IT업계는 디지털TV를 내수 시장 활성화의 호재로 여기고 있지만 때늦은 전송방식 논란 탓에 제구실하지 못한다는 점을 안타깝게 보고 있다.
◇최대과제는 정책조정과 조율=노무현 대통령은 “공공부문과 시장부문을 혁신해야 한다”면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와 행정의 부조리를 말끔히 정리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야 다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업 등 민간 경제 주체와의 의견을 더욱 수렴해 경제 회복에 전력을 다하고 한편으론 기업과 정치권, 행정기관과의 뒷거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일단 정부가 경제정책에 민간 의견을 대폭 수용할 뜻을 시사했다. 문제는 경제부처 간 시각도 다르고 접근 방식도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재경부는 성장론을, 공정거래위는 기업 개혁론으로 맞서며, 정통부는 방송을 산업 시각에서 접근하나 방송위원회는 언론 미디어 시각으로 접근하다.
민간 의견을 수용하려면 적어도 이 충돌만큼은 적절히 조정해야 한다. 과기부 총리제 도입은 물론 유관부처 간 정책 협의회가 앞으로 더 활성화해야 함을 시사한다.
국정과제 간 충돌도 문제다. 정부는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폐지 주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반발은 물론 지방분권이라는 국정과제와 어긋나 고민중이다.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 과제를 당에 맡기고 스스로는 시장개혁과 정부 혁신, 지방화와 경제중심과제, 기술혁신과 인재양성 등 행정 수반의 역할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다짐한 만큼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철학적 해법’을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