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국계 투기자본에 맞설 수 있는 초대형 사모주식투자펀드(이하 사모펀드) 결성 지원에 나서자, 일종의 사모펀드인 벤처펀드를 조성해온 벤처캐피털(VC)업계가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이달 초 간접투자자산순용업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이에 맞춰 금융업계가 수천 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모펀드 조성에 나설 채비다.
벤처캐피털업계는 이러한 흐름이 캐피털업계의 구조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시각속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체적으로 “금융권이 사모펀드 결성에 뛰어들 경우 자금 확보에 한계를 겪는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섞인 시각을 갖고 있다. 반면 대규모 자금 동원력을 갖고 있는 선두업체의 경우 이러한 조치가 새로운 시장 창출효과로 연계되면서 오히려 기회를 맞을 것이란 시각도 나오고 있다.
◇어떤 파장 있나=상당수 벤처캐피털업체들은 펀드 조성 및 투자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금융권의 대형 사모펀드 조성으로 벤처펀드 자금이 사모펀드로 옮겨갈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부장은 “투자자들은 소규모보다 대규모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며 업계의 펀드조성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여기에 사모펀드가 우량 벤처기업 투자에 뛰어들 경우 벤처펀드는 이들과의 투자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다.
그러나 선두 벤처캐피털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펀드 시장에 진출 예정인 한국기술투자의 김세현 실장은 “사모펀드 활성화는 투자시장의 선진화”라며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자금 동원력에서는 한계가 있지만 그동안의 투자 경험 등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전망=벤처캐피털업계의 구조 개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대규모 자금동원력을 갖고 있는 선두 벤처캐피털업체의 경우 사모펀드 시장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 벤처캐피털업체는 펀드 결성에 한계를 겪을 것이며 이 과정에서 도태하는 업체도 나올 것이란 예측이다.
모 벤처캐피털업체의 관계자는 “올해와 내년에 해산 예정인 벤처캐피털 펀드가 벤처거품이 빠지는 시기를 거쳐 수익률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사모펀드로 자금이 몰릴 경우 인지도가 낮은 벤처캐피털업체들은 펀드 결성조차 힘들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용어설명>
◇사모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주식 및 경영권에 투자하고 그 기업의 경영성과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 외국계 투기적 자본들이 국내 금융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노출됨에 따라 이에 대항할 토종 펀드의 조성 필요성이 제기돼, 추진되고 있다.
◇벤처펀드=소수의 투자자로부터 사모방식으로 자금을 모아 기술력과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 혹은 신기술 사업자에 투자하는 펀드. 평균 존속기간은 5년 이상이며, 기업공개 등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