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홈쇼핑의 ‘인터넷 경매’ 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된다.
17일 전자상거래 업계에 따르면 LG홈쇼핑은 지난 해 말부터 신규 사업의 하나로 추진한 인터넷 경매(옥션) 사업을 포기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과 매출 면에서 인터넷 몰 수위를 달리고 있는 LG홈쇼핑이 ‘LG’라는 브랜드와 자본을 무기로 온라인 옥션 시장에 진출할 경우 현재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옥션 독점’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해 왔다. LG도 지난 해 중반 사업 검토를 끝내고 인터넷 경매 사업 진출을 전제로 올 초 ‘옥션 테스크포스(TFT)팀’을 구성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상당한 심혈을 기울였다.
LG홈쇼핑 측은 “테스크포스 팀을 구성하고 상당히 의욕적으로 인터넷 경매 사업에 상당한 투자를 해 온 것이 사실” 이라며 “하지만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옥션이 브랜드 인지도와 점유율 면에서 우리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 경매 사업을 재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이미 실무 선에서 옥션 사업은 정리된 상태” 라며 “최종 경영진의 판단만 남았지만 별다른 변수가 없는 한 옥션 사업을 포기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LG홈쇼핑이 옥션 사업을 포기한 것은 올 초 강 말길 신임 사장 출범 이 후 컨설팅 업체에 의뢰한 전사적인 사업 모델 검토가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무리된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사업의 하나로 추진 중인 인터넷 경매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는 것이다.
먼저 사업 진출에 따른 수 백억 원 규모의 투자가 불가피하며 옥션의 아성이 워낙 높아 고전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LG홈쇼핑 내에서도 사업 진출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았던 경영진도 ‘재검토’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포기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관리 위주의 경영 스타일을 고수해 온 강 말길 사장의 경영관도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인터넷 경매 시장은 2000년까지 옥션을 비롯한 여러 업체가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벌였으나 미국 e베이가 옥션을 인수한 2000년을 기점으로 옥션이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옥션 주도의 독과점 체제가 자리 잡았다. 옥션은 대부분의 전자상거래 업체가 수익 분기점을 놓고 고전하는 상황에도 매년 거래 규모와 수익률 면에서 배 이상 신장하는 기염을 발휘하고 있다.
옥션은 올 해 사상 처음으로 연 거래 매출 1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