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PC주변기기 수요를 촉발하며 시장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915칩세트(코드명 그란츠데일)’가 출시를 앞두고 단기적인 호재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부진과 환차손, 가격경쟁에 이르기까지 온갖 악재에 시달리는 PC주변기기 업계의 고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스티컴·제이씨현시스템·MSI코리아 등 메인보드 전문회사들은 6월 20일을 전후해 각각 아수스·기가바이트·MSI로부터 915칩세트 기반 메인보드를 국내 출시할 예정이다. 또 그래픽카드 부문에서도 기존 AGP방식이 아니라 PCI 익스프레스를 지원하는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915칩세트는 작년초 선보인 865(코드명 스프링데일)을 대체하는 인텔의 차기 주기판 칩세트로 DDR3 메모리와 PCI 익스프레스, 8채널 사운드에 24비트 고음질을 지원하는 등 이전에 비해 대폭적으로 사양이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915칩세트는 775핀(LGA775) 방식의 프레스콧 코어와만 호환될 뿐, 기존 노스우드나 프레스콧이 채택하고 있는 478핀(mPGA478)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 사용하던 PC부품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 ‘혁신적’인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에스티컴의 맹성현 팀장도 “주기판 칩세트는 CPU·메모리·하드디스크드라이브·그래픽카드 등 주요 PC주변기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이전에 나왔던 865나 875칩세트는 메인보드만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915칩세트는 완전히 시스템을 바꿔야 하고, 이 때문에 PC주변기기 시장 판도를 바꾸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제품 출시는 이뤄지겠지만 수요를 촉발시키며 시장의 흐름을 견인하려면 일러도 올 연말은 돼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각 부품별로 업그레이드를 할 경우 적어도 100만원이 드는데,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 신규로 투자할 여력은 극히 미미하기 때문. 높은 성능과 대중적인 인지도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볼 때, ‘WOW`와 같은 인기 게임들이 어느 정도로 고급사양을 채택할 것인지도 변수다.
이 때문에 업계 관계자들은 “판매부진과 환차손, 저가경쟁에 이르기까지 PC주변기기 업계가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며 “당초 915칩세트 출시에 기대를 많이 걸었지만, 단기적인 호재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