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체들이 아테네올림픽 특수와 세계적인 수요 확대를 겨냥, PVR(개인용비디오리코더) 시장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위성이나 지상파 등 방송 수신기능만을 지원하는 단순 셋톱박스의 수익성이 점차 떨어지면서 신규 시장인 PVR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PVR는 방송을 보면서 HDD에 바로 40∼120GB까지 대용량으로 저장할 수 있어 점점 줄어드는 VCR 수요를 대체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맥스, 가온미디어, 현대디지털테크 등은 유럽 등 해외 시장을 대상으로 PVR 신제품을 내놓고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휴맥스(대표 변대규)는 지난해 40GB와 80GB HDD를 내장한 PVR를 유럽에 선보인 데 이어 업그레이드 모델인 PVR-9000T(지상파)와 PVR-9100(위성용)를 개발, 상반기 중 유럽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들 제품은 한 방송을 시청하면서 다른 방송을 동시에 녹화할 수 있는 2튜너 기능이 지원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온미디어(대표 임화섭)는 6채널 동시녹화가 가능한 PVR인 ‘KVR 1000’ 개발을 완료하고 이달말 양산에 들어가기로 했다. 가온미디어는 오는 25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미디어캐스트’쇼에 이 제품을 전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가온미디어 이진교 이사는 “이번에 내놓은 PVR 신제품은 아날로그 방송까지 녹화가능한 데다 홈시큐리티 기능까지 지원하는 등 고부가 제품”이라며 “PVR는 신규 시장으로 수익성이 높고 앞으로 시장 확대가 계속될 전망이어서 많은 업체들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디지털테크(대표 정규철)는 이달말부터 2튜너를 내장한 PVR를 자체 브랜드인 ‘디지안’을 달고 선보일 예정이다. 현대디지털테크는 이 제품을 월 3000대 규모로 생산, 북유럽 위주로 판매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유럽 PVR시장을 선점한 토필드(대표 이용철)도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을 통해 매출 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PVR 매출 9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3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인스태이트/MDR에 따르면 세계 PVR 시장은 2002년 150만대 규모에서 지난해 460만대, 2004년 1100만대 규모로 전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앞으로 큰폭의 성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