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문서는 전자서명을 통해 종이문서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이번에 나타난 대법원의 등기인터넷발급 서비스의 문제점은 전자서명의 기술적 문제로 인해 전자문서가 종이문서와 같은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일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서비스 자체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인터넷으로 발급받은 대법원의 등기부등본이 법적인 효력 자체를 갖지 못할 수도 있으며 위조나 변조로 인한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적 하자는 물론 위조 위험까지=전자서명은 전자문서 전체에 걸쳐 적용되는 것이 상식이다. 마치 여러 장의 문서의 경우 각 장을 접어서 도장을 찍어 간인을 하는 것처럼 전자서명은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나눠서 적용된다. 이는 문서 전체의 완결성을 갖도록 만드는 장치다. 일부 문서가 없으면 문서 전체의 효력이 없어진다.
대법원 등기인터넷서비스는 바로 이 점에서 하자가 있다. 대법원 등기인터넷서비스로 발급받은 등기부등본에는 각 장마다 전자서명이 돼 있다. 따라서 한 장만 있어도 전자서명이 나타나 하자가 없는 전자문서가 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식은 법적 하자는 물론 위조의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지적한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전자서명법에서 지칭하는 전자문서는 종이문서와 같은 효력을 갖는 문서에 한정되기 때문에 전자서명에 문제가 있으면 법적인 효력이 없다고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또 “하나의 등기부등본에서 몇 장을 없애거나 서로 다른 등기부등본을 섞는 방법으로 등기부등본의 원본과 다른 문서를 만들 수도 있다”며 “이를 악용하면 부동산 사기 등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효율성보다는 원칙=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이 시스템을 만든 LG CNS 측은 “등기부등본은 수십 장이므로 이를 전체적으로 확인하려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시스템을 만드는 초기 단계에서 효율성 측면을 고려해 각 장마다 전자서명을 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발급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대안이 있기 때문에 법적인 하자가 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말이 전도된 발상이라고 평가한다. 김순진 성균관대 교수는 “전자문서의 원칙은 종이문서와 법적으로 같은 효력을 갖는 것이며 효율성을 이유로 원칙이 훼손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아야=문제가 발생한 대법원의 등기인터넷서비스뿐 아니라 행정자치부의 인터넷민원서류발급서비스나 국세청의 지방세인터넷납부시스템 등 인터넷을 이용한 각종 증명서 발급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기 단계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는 문제점이라고 치부하는 의견도 있지만 국민의 편의와 직결된 민원 서비스라는 점에서 보다 완결된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다.
물론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갖고 서비스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위조 가능성이 제기됐던 행자부의 인터넷민원서류발급서비스는 기술 개발로 이 문제를 해결했으며 이번에 나타난 대법원의 사례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