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주전산센터 향배, 가닥 잡힌다

‘아웃소싱이냐, 자체 구축이냐’

 시중은행이 고심해온 주전산센터의 운용 방안이 가닥을 잡아가면서 후속 IT프로젝트와 아웃소싱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은행 전산센터의 운용 방안은 관련 조직의 변화는 물론 금융IT업계의 시장구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에 별도의 전산센터를 보유하지 않았던 외환·기업은행과 통합작업을 진행중인 씨티·한미은행이 최근 자체 구축 또는 아웃소싱 방침을 확정하고 나서 신규 전산센터 설립에 따른 수요는 물론 시스템통합(SI) 업체와 한국IBM·한국HP 등 다국적 IT벤더들을 중심으로 향후 이들 전산센터의 토털 아웃소싱 수요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국IBM 사장이 외환·제일은행 등 외국계 은행의 행장과 면담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인지도와 외국사례 등을 바탕으로 IT 아웃소싱에 대한 일종의 교감 형성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외환은행, 신규설립에서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으로=그동안 을지로 본점 지하 공간을 주전산센터를 활용해 온 외환은행은 지난해부터 차세대 프로젝트 이후를 대비, 신규 전산센터 설립을 위한 부지 물색에 나섰다. 한때 합병된 외환카드의 양재동 전산센터가 물망에 올랐지만 부적합하다고 판단, 최근 외부 데이터센터를 아웃소싱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외환은행은 향후 삼성SDS·LG CNS 등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업체들과 한국IBM 등 다국적 벤더 등을 대상으로 적격성 검토에 나서 이르면 연내에 데이터센터를 확정, 내년으로 예정된 카드사 데이터통합 등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한국IBM 등을 통한 토털 아웃소싱설도 제기되고 있지만 외환은행 측은 사실무근임을 밝히고 있다.

 ◇기업은행, 신규센터 설립 가닥=외환은행과 마찬가지로 별도의 전산센터를 보유하지 않은 기업은행도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센터설립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정부출자기관은 서울·수도권 내에 업무용 빌딩을 신규 설립할 수 없다는 규정에 묶여 쉽게 답을 찾지 못했다. 한때 천안 등을 후보지로 상정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는 7월께 가동예정인 차세대 시스템에 따른 시스템 증가로 신규 센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가능한 이른시기에 전산센터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총무부 측은 “센터설립은 수도권 이외 지역의 신규부지를 선정하는 것과 건교부 심의를 거쳐 수도권 내의 기존 빌딩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면서 “최근 실무진을 재구성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부지 또는 빌딩을 선정한다는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씨티·한미은행, 기존 센터로 통합=한미은행을 합병한 씨티그룹은 최근 한미은행과 씨티은행의 통합센터로 일단 한미은행 인천센터를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와 관련해 한미은행은 현재 싱가포르 소재 IT허브센터에 있는 씨티은행 서울지점의 전산데이터를 인천 전산센터와 통합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작업을 진행중이며 가능한 한 연내에 통합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방침이다.

 ◇계속되는 아웃소싱 설=은행권의 IT아웃소싱 설은 전산센터의 향배와 맞물려 몸집 줄이기를 강조하는 외자계 은행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제일은행의 잠실 전산센터 매각설이 나돌면서 지난 2001년 중단된 IT아웃소싱 전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고 외환은행도 향후 데이터센터 아웃소싱에서 토털 아웃소싱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또 씨티·한미은행도 씨티그룹이 활용중인 아웃소싱 방식으로 선회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