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사회 기업이 앞장선다](1)시리즈 시작하며

기업들의 활동범위가 바뀌고 있다.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들의 주요 경영 목표 가운데 하나가 어느 샌가 ‘이익 창출’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건강한 사회만들기, 건전한 문화 조성, 친환경 운동, 인재육성을 위한 장학사업 등으로 다양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이처럼 기업이외에 사회에 대해 봉사하고 이바지하면서 함께 잘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신경쓰는 기업일수록 우량기업이라는 점이다.

 결과론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글로벌 경쟁시대의 치열함 속에서도 기업의 사회공헌도는 신기하리 만큼 기업의 경쟁력 및 미래 잠재력과 일치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따른 의미는 다각도로 풀이된다. 우선 기업의 이미지 개선에 그 어떤 활동보다도 커다란 역할을 한다. 단순히 돈만 버는 기업이 아닌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심는 것은 그 어떠한 홍보·마케팅 노력보다 실효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와 소비자로부터 사회공헌 기업으로 신뢰도를 확고히 다질 경우 기업간의 글로벌 무한 경쟁에서 피치 못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기상황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우수한 인재를 유치할 수 있다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다. 구직자는 일반적으로 그의 꿈을 펼칠 곳으로 이미지가 좋은 기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 봉사활동에 대한 투자는 이처럼 기업이미지 제고와 함께 간접적 기업경영 지원효과를 가져오면서 기업경영활동에 선순환 효과를 가져다 주고 있다.

기업사회공헌연구소 박종규 소장은 “사회공헌을 통한 기업 이미지 재고 및 신뢰 구축 등 순효과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실제로 미국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3∼4배 정도 수익률이 높다”고 밝혔다.

사회공헌 활동은 이미 전세계 선두기업들의 핵심사업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GE를 꼽는다. 이 회사는 10억달러를 들여 GE재단을 설립해 다양한 자선 및 사회환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GE임직원들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봉사하는 GE엘펀도 운영중이다. GE는 이같은 노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수차례 선정되기도 했다.

빌 게이츠 MS 회장도 사회공헌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200억달러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빈곤국가의 질병과 보건의료 수준 개선에 쏟아 부었다. 이는 그의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쳐, MS가 윈도에 대한 독점적 지위 비난의 목소리가 높을 때 이를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기업의 사회 공헌 노력은 기업을 영리추구 조직으로만 보는 일반의 시각을 완화하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최근 세계적 우량 기업들은 과거의 소극적 사회활동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차원의 사회지원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HP는 어린이들이 e메일을 통해 학습할 수 있는 지도프로그램인 ‘e메일 교사(Mentor)’ 프로그램 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외국기업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특히 과거 무계획적인 지출에서 탈피, 기업의 홍보·마케팅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보편화되고 있다. 최숙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의 사회공헌이 과거 소극적 활동에서 전략적 사회공헌으로 변화하고 있다”라며 “기업의 이미지 쇄신과 이를 통한 잠재적인 매출 확대 등 윈-윈(Win-Win) 전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사회공헌으로 `함께 잘사는 사회`를 창조한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매년 막대한 자금을 쏟고 있다. 삼성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가히 놀라울 정도다. 지난 98년 499억원에서 99년 959억원, 2000년 1780억원, 2003년 3554억원 등 가파른 상승곡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보다 400억원 이상 늘린 3981억원을 책정해 놓았다.

삼성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공익사업과 기부협찬 사업 등을 전개중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임직원 자원봉사단을 창단,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자원봉사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은 해외에서도 이어져, 일본삼성은 도쿄에서 ‘삼성 감사의 날(Samsung Thanks Day)’ 행사를 갖고 수익금 전액을 동남아지역 지뢰제거 활동에 쾌척하기도 했다. 이달초 삼성전기 태국법인은 태국내 사회봉사활동을 인정받아 탁신태국총리로부터 외국법인을 포함해 이 나라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 가운데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LG그룹은 올해 840억원 가량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원한다. 이는 지난해의 682억원에 비해 23% 늘어난 것. LG의 사회공헌활동은 △문화(LG연암문화재단) △복지(LG복지재단) △교육(LG연암학원) △환경(LG상록재단) △언론(LG상남언론재단) 등 5개 분야별 전문 공익 재단을 통해 이뤄진다. LG연암문화재단은 장학사업을 포함 교육기관 및 교수해외연구 지원, LG상남도서관 및 LG아트센터 운영 등의 사업을 전개한다. LG복지재단은 복지 취약 부문에 사업을 집중함으로써 관심 제고에 나서고 있다. 복지관 건립사업, 불우아동 및 청소년 자립기반 조성사업, 노인 복지사업, 장애인 재활 지원사업 등이다. LG상록재단은 조류보호사업, 산성비 피해 산림회복사업 등 환경 보전 활동에 여념이 없다.

SK그룹은 지난 4월 창립 51주년을 맞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고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사회공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신입사원 교육과정에 사회봉사활동을 제도화했다. SK는 지난 73년부터 지원하고 있는 장학퀴즈와 이를 그대로 중국으로 가져간 SK장웬방으로 대표되는 공익활동의 선발주자다. 또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매년 순수 장학금으로 30억원 이상을 지급하고 있다. 또 장애청소년 및 소년소녀가장들이 정보화라는 큰 흐름속에서 소외되고 있다고 판단, 이들에게 정보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소년 인터넷 서바이벌 대회’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들 한국을 대표하는 3대 그룹 이외에도 재계의 사회공헌 활동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추세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77개 기업 및 기업재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3년 기업 및 기업재단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기업들이 지난 2002년 기부와 장학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에 평균 53억8000만원을 지출했다. 이는 2000년의 평균 3658억원에 비해 47%나 증가한 것. 특히 이들의 절반 가량이 경상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에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같은 추세는 올들어도 이어져 전경련이 3월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요 20개 그룹의 2004년도 사회공헌 집행계획은 전년대비 21% 증가한 8960억원에 이르고 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