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수능 시장의 독점 사업자 되나

‘평등한 교육기회 실현’을 위해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교육방송(EBS)의 수능강의가 공정경쟁의 시장경쟁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수능방송이 결과적으로는 EBS를 ‘수능시장’의 독점사업자로 탈바꿈시켜 e러닝 및 학습지업계, 사설학원 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한국사이버교육학회(회장 이상희)에 EBS가 보낸 공문 한건이 날아들었다. ‘EBS수능 방송은 정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어서(e러닝기업들이 요청한) 수능교재의 상업적 사용은 불가하다’는 내용이었다. EBS는 또 “사업화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저작권 침해 가능이 많은 만큼 교재 활용을 허락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는 지난 3월 26일 한국사이버교육학회가 EBS에 협조 공문을 보낸지 52일만의 공식 회답이었다. 당시 학회는 이 공문에서 EBS의 수능 인터넷방송이 본래 취지대로 성공적인 사교육비 절감 대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e러닝 기업들도 인터넷 강의시 EBS 교재를 공동 활용할 수 있기를 요청했다. 또 공문 내용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EBS 교재에 대한 저작권료(또는 사용료)를 지불할 의사도 전달했다. 그러나 EBS는 정부 정책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법적으로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통보해온 것이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의 이같은 요청은 표면적으로는 EBS방송으로 e러닝업체의 수강생 이탈 등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EBS가 수험생 대상의 학습지 등 이른바 ‘수능시장’에서 거대 독점 사업자가 될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EBS는 실제 정부의 지원과 법적 근거를 등에 업고 ‘수능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EBS 교재는 수능방송을 연계하겠다는 정부 발표 덕에 지난해 비해 3배 가량 판매 증가를 보인 반면, 3월 학습서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11.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 정현재 사무총장은 “온라인 업체등 e러닝기업들이 EBS 교재를 활용하고 안하고가 문제가 아니다”며 “EBS는 엄연히 출판 및 교재 수익 사업 등의 영리를 일정 부문 추구하는 사업체인데 여기에서 수능 문제까지 출제하겠다는 발상은 정부가 시장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따라 정 총장은 “교육부에 대한 중재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학회차원에서 법적 투쟁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EBS가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것은 안된다는게 교육부 내부 입장”이라면서도 “강사와 EBS간 저작권 문제가 걸려 있어 현 단계에서는 해결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터넷 기반의 e러닝은 오프라인 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때 빛이 발하는데 EBS 수능 인터넷강의는 대학입시와 e러닝을 연계하겠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며 “이같은 편법은 오히려 e러닝 발전에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