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등 이름만 대면 이들이 어떤 스포츠인지 다 알 정도다. 프로 스포츠에는 각종 리그전이 해마다 개최된다. 정신과 육체가 만나는 최고의 향연 올림픽 역시 4년마다 지구촌 축제의 장이 된다. 붉은악마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월드컵은 전 인류를 달아오르게 할 만큼 환희와 열정을 몰고 온다.
게임에도 올림픽이 있다. 프로리그도 있다. 메이저리그가 있고 마이너리그도 있다. 게임이 e스포츠로 거듭나면서 오프라인 못지않게 열기를 뿜고 있다. 한국의 ICM이 주관하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는 사이버게임 올림픽으로 이미 자리를 굳혔다. 세계적인 프로게이머들이 몰려들어 ‘게임한국’의 위상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 같은 게임 열기를 담아 e스포츠가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프로게임단 창단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프로게임단 ‘T1’을 창단하면서 프로게임계에 활기를 더했다. 이동통신, 게임, IT 분야 기업들이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면서 이제 프로야구단, 프로축구단, 프로농구·배구단과 함께 프로게임단 창설이 바람처럼 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서울시와 인천시, 춘천시 등도 프로게임단 운영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프로게임단 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철 SK텔레콤 ‘T1팀’ 단장은 “이제 프로게임단 창설은 젊은 네티즌들을 공략하기 위해 필수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며 “게임단이 각종 게임리그에서 이름을 드높일 경우 그 마케팅효과는 실제 매출과도 직결돼 신세대 마케팅의 핵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업들의 프로게임단 창단 움직임은 한마디로 프로게임이 이미 축구나 야구 못지 않은 인기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프로게이머 가운데는 연예인 못지 않은 많은 팬을 몰고 다니는 선수가 적지 않고 스타크래프트 리그 결승전이 열리는 날이면 수만명의 관중이 몰려 열광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프로게임단을 통해 게임을 좋아하는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타깃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데다 기업차원의 청소년 복지나 사회봉사 활동과도 자연스럽게 연계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열악한 조건에서 활동해 온 프로게이머들의 복지 향상문제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프로게이머가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대다수 게이머들이 이렇다할 후원사를 찾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 온 것은 주지의 사실. 후원사가 없는 선수들의 경우 연봉은 커녕 겨우 연습장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정도였다. 후원사가 있더라도 정식으로 연봉 계약을 맺은 선수는 스타급 몇몇 선수에 불과했다.
프로게임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지원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 프로게임 무대는 한층 더 성숙될 것”이라며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이같은 움직임은 ‘e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이 ‘단순한 게임’이라는 데서 새로운 ‘스포츠 종목’으로 바뀌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스포츠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게임리그도 게임업계로서는 놓칠 수 없는 좋은 마케팅의 장이다.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워크래프트’가 WCG를 통해 알려짐에 따른 부가적 효과는 막대하다. 출시된 게임이 게임리그 종목으로 채택될 경우 게이머들의 시선을 잡아둘 수 있고 직접적으로 게임의 공략법을 전해줌으로써 게임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매출과도 직결돼 실질적인 판매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적극 나섰다. 문화관광부는 올해 e스포츠 활성화에 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하지만 내년 이후에는 연간 1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적극 장려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e스포츠 발전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문화부는 올해 가족과 함께하는 전국 규모의 게임리그를 개최하고 세계청소년 게임문화축제, 아시아 e스포츠리그 등을 개최할 계획이다. e스포츠 상설체험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e스포츠 동아리 활동도 지원한다.
e스포츠 활성화 기반 마련을 위해 e스포츠 관련 정책연구 및 통계를 정비하고 프로게임제도 활성화 연구, 정책지원확대에도 국고를 지원할 예정이다. 사전 타당성 연구를 병행해 e스포츠 스타디움도 건립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