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그동안 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시스템사업부문의 분사 및 별도 법일 설립을 추진해 왔으나 구체적으로 다국적기업과 합작사 설립 논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LG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해외 통신 장비 업체는 통신장비 토털 솔루션 부문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다국적 기업으로 이동통신시스템과 차세대네트워크(NGN) 부문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LG전자와 협력할 경우 세계 시장의 새로분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왜 나왔나=무엇보다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는 점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이동통신 장비개발에 막대한 개발자금을 투입하고도 사실상 투자비 회수를 못한 상황이다. 아직도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얘기다. 분사 등 구조조정 논의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현재 협상을 진행중인 다국적 기업 역시 기간통신 부문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CDMA·WCDMA 등 이동통신시스템 부문이 취약하고 NGN 부문 역시 자신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LG전자는 합작법인 설립을 통한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용,이 다국적 기업의 세계적인 판매망을 활용할 수 있고 기술적인 협력도 기대할 수 있다. 마케팅 차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IT인프라로 통하는 시스템사업을 포기하지 않고도 합작법인을 통해 추후 홈네트워크 등 차세대사업을 위한 발판을 가져갈 수 있다.역시 이를 통해 한국시장의 영역의 확대할 수 있다.따라서 LG전자는 이번 합작사 설립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해외 합작선 역시 LG전자를 내세워 이동통신 부문서 중국·일본·유럽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LG전자 고위 관계자는 “LG전자는 이회사 이전에도 그동안 알카텔·루슨트·마르코니 등과도 합작법인 설립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며 “따라서 전혀 새로운 논의는 아니며 두 회사간 이해관계가 맞는 부분이 있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가능성 있나=일단,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회사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데다 통신시장의 급격한 변화도 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모 다국적 기업 본사의 고위 임원이 최근 한국을 다녀간 것이 확인됐고, 상당부분 합작사 설립의 당위성에 공감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양해각서(MOU) 수준의 얘기까지 오간 것 아니냐는 추측성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하지만 LG전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게 없는 내부 논의단계이기 때문에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의 본사 임원을 만났는지조차 공식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선 LG전자와 이 회사와의 논의 자체를 ‘구체화한 프로젝트’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LG전자가 연구개발(R&D) 및 다이렉트영업 부문서, 해외 합작선이 관리·마케팅 부문서 상호 매력적이기 때문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두 회사간 많은 부분서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내부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LG전자의 경우 벌써부터 기대감과 함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감이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예컨대 기간통신·PBX 등 중복되는 사업의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해외 합작선 역시 얼마전 금융스캔들로 CEO가 갈리는 등 내부 문제를 추스를 시간이 필요한데 LG전자와의 합작사 문제를 얼마나 밀어부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망=LG전자와 다국적 통신 장비 업체가 국내 통신장비 부문 합작사를 설립할 경우 국내외 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동통신의 경우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지만 기간통신의 경우 해외 합작선의 장비지배력과 LG전자의 영업력이 결합하면 시스코시스템스 주도의 국내 시장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동통신시스템의 중국·일본·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등지의 해외진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