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서버 업체들도 SI(시스템통합) 영역으로 발걸음을 한층 빨리하고 있다.
중대형 서버 업체들 중에서 파트너사를 통한 SI 비즈니스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제외한 한국IBM·한국HP·한국후지쯔·한국유니시스 등 주요 서버 업체들이 자사의 비즈니스 영역을 하드웨어나 SW 판매로 국한시키지 않고 프로젝트 자체를 수주하려는 시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추진돼 온 터라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버 업체들의 행보는 기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기업의 장기 비전을 ‘하드웨어나 플랫폼 기반의 SI 업체’로 명확히 밝히면서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어느 서버 업체보다 컨설팅 및 IT아웃소싱 비즈니스 무게 중심이 높은 한국IBM은 글로벌서비스 조직 외에도 BCS라는 독립 영역을 중심으로 대형 SI 프로젝트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영업 조직을 단일한 형태로 바꾼 한국HP 역시 자사의 중장기전략인 ‘AE(어댑티브엔터프라이즈)’ 구현을 위한 첨병 역할로 SI 조직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한국HP는 현대정보기술의 핵심 주주로 참여하면서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더욱 주력하고 있다.
한국HP나 한국IBM에 비해 하드웨어 사업에서 격차를 나타내고 있는 한국후지쯔나 한국유니시스도 선발 사업자 못지 않게 적극적이다. 양사 모두 기업의 중장기 비전을 플랫폼 기반의 SI사로 세워놓고, 자사의 영향력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SI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서버 업체들의 이같은 전략은 기업의 IT 도입 방식이 단품을 구입하는 형태에서 나아가 복잡한 IT 인프라 환경에 대한 총체적 접근 방식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차세대 프로젝트처럼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들 대부분은 IT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해답을 얻고자 하는 요구가 담겨 있어 SI적 접근 방식 도입이 절대적이다. 이밖에 현실적으로 하드웨어 분야의 가격경쟁력이 거세지면서 단품 판매로만은 수익성을 올릴 수 없다는 이유도 작용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한국HP
한국HP(대표 최준근 http://www.hp.co.kr)는 이달부터 서비스 부문과 서버·스토리지·소프트웨어를 담당해온 하이엔드 컴퓨팅 부문을 통합해 ‘TSG(Technology Solution Group)’ 조직을 발족했다.
TSG는 기존의 HP서비스 그룹에 배속됐던 고객지원(Customer Support) 사업본부, 아웃소싱(Managed Services) 사업본부, 컨설팅·시스템 통합(Consulting & Integration) 사업본부 등으로 구성되며 엔터프라이즈 대상 SI사업은 TSG의 첨병으로서 역할이 강화된 컨설팅·시스템 통합사업본부가 수행하게 됐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한국HP는 고객 요구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고 효율적인 비용구조로 우수한 기술력과 전문지식을 제공하는 ‘글로벌연대(global alliance)’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글로벌연대는 HP가 전세계 IT 컨설팅 및 서비스에 대한 솔루션과 제품 로드맵을 특화해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문 지식정보를 결합, 전세계적으로 공유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또 솔루션 간 원활한 결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시스템 공급, 컨설팅, SI에 이르는 프로세스의 원스톱 제공을 꾀하고 있다.
최근 조직 정비를 마친 한국HP는 SI사업 부문에서 내실 있는 성장과 고객위주의 솔루션·서비스 제공을 모토로 삼고 글로벌연대 서비스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국내 SI업체들과 차별화 및 집중화된 서비스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HP는 기존에 금융, 제조·통신, 공공 부문으로 나뉘었던 조직을 제조와 공공 부문을 통합해 금융, 통신, 제조·공공 부문으로 재설정했으며 향후 고객의 IT인프라 혁신을 위한 어댑티브엔터프라이즈(AE) 프레임워크 공급에 주력하면서 사업부문별로 차별화된 시장접근에 나설 방침이다.
금융 부문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금융권 통합에 대응하는 IT통합 서비스와 IT투자관리, 운영리스크와 관련된 바젤Ⅱ 수요을 적극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통신 부문은 글로벌 차원에서 추진중인 HP 글로벌 모바일 솔루션에 적극 참여 하고 위치기반서비스(LBS)의 노하우를 살려 시장수요를 자극할 계획이다.
또 제조·공공 부분은 제품생명주기관리(PLM)와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등과 데이터웨어하우스(DW)·고객관계관리(CRM)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한국HP의 SI 사업부문 역시 엔터프라이즈 전략인 AE의 실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HP는 이른바 ‘다윈 아키텍처’를 제시하면서 단계적 서비스 접근을 꾀하고 있다. 이는 표준화·모듈화·단순화를 핵심 개념으로 삼고 △변화에 반응하는 조직과 IT의 민첩성 측정 △민첩성 모델에 근거한 IT자원의 설계 및 통합 △반복적인 관리와 통제를 통한 민첩성 패러다임 구현 △기업·공급자·고객 간 확장 연결 등의 단계를 진행하면서 완성된다.
한국HP는 최근 삼성화재·현대해상·현대자동차·LG칼텍스·GM대우·SKT 등의 수주 성과를 준거(레퍼런스) 사이트로 삼아 이 같은 시장전략을 가시화할 계획이다.
◇한국후지쯔
자사 플랫폼 기반의 SI 업체로 매출 1조원 규모의 기업 성장에 대한 중장기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한국후지쯔(대표 윤재철 http://kr.fujitsu.com)는 올해 명실상부한 하드웨어 기반의 SI 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사업 수행 능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우선 4월 2004년 회계연도를 시작하며 기존 조직을 영업부분·프로덕트 사업부분·소프트 및 서비스 부문·경영지원부문 등 4대 부문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번 조직 개편은 ‘자사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SI업체’라는 위상을 확립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금융·제조·유통 등 기존의 업종별 SI 영업부 외에도 중소·중견기업 대상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기 위한 SMB영업부와 서비스 비즈니스의 확대를 위한 인프라 서비스 영업부를 신설하는 등 SI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했다.
조직개편과 더불어 한국후지쯔는 SI 업체로서 프로젝트 수행능력뿐만 아니라 사업에 필요한 풀라인업의 제품군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십분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본사의 솔루션을 무기로 금융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자사 솔루션 외에도 파트너 전략도 중요하다. 한국후지쯔는 다양하고 우수한 솔루션 협력사들과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들이 점점 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솔루션 협력사들과의 협력은 필수라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최근 한국후지쯔는 오라클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오라클 ERP e비즈니스 스위트를 자사의 하드웨어 플랫폼과 함께 판매한다는 전략이다. 동명중공업과 KT 파워텔의 전사적자원관리(ERP)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해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업종으로는 전통적으로 강한 유통 외에도 수년전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금융 업종 대상의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백화점·쇼핑센터·할인점 등 기존 대형 유통업체에 판매시점관리(POS) 제품을 다량 납품한 한국후지쯔는 전문점, 슈퍼마켓의 POS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한국후지쯔가 추산하는 전문점, 슈퍼마켓의 POS 설치대수는 약 4만대로 전체 POS 시장의 44%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전문점을 겨냥한 터치-POS인 ‘오벳(Obett)’을 내놓고 전문점과 슈퍼마켓의 POS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대연시스템과 총판계약을 해 이 제품의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에서 계획중인 유통점포디지털화 사업의 주사업자로 선정돼 점포경영 및 정보화에 대한 컨설팅 사업을 추진중이다.
금융권 역시 한국후지쯔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분야. 한국후지쯔는 금융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프로세스 혁신(PI) 업무에 대해 4년 전부터 대비를 해왔고, 2000년 초에 신한은행의 ‘이미지 프로세싱 시스템(IPS)’ 구축을 시작으로 조흥은행·하나은행·외환은행의 PI 시스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성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이 같은 구축 노하우를 활용해 바젤II 등 SI 사업 영역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한국유니시스
한국유니시스(대표 강세호 http://kr.unisys.com)의 SI사업 전략의 핵심은 ‘3D 비저블 엔터프라이즈(Visible Enterprise: 이하 3D VE)’ 연장선상에 있다.
기업 전체의 비전과 전략에서 인프라까지 한번에 조망할 수 있는 3D VE를 통해 다양한 관련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SI 프로젝트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그 효율성을 배가할 수 있다는 장점을 무기로 국내 사업을 펼쳐갈 계획이다.
한국유니시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고객사의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과 이를 지원하는 IT 환경을 하나로 통합하는 디지털 모델을 구축해 준다는 것. 또한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변화가 그 기업의 IT환경 및 비즈니스 자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예측해 보다 빨리 새로운 비즈니스 스트럭처(인적자원, 업무프로세스, 기술전반)를 재구성할 수 있게 하는 이점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주력하고자 하는 시장은 기존 금융, 항공운송 서비스 사업부문에서 나아가 공공부문과 커머셜 부문이다.
공공부문에서는 최근 활발히 추진중인 전자정부 사업과 관련해 정부 공공기관들에 대한 정보화전략계획(ISP) 컨설팅과 SI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랜 기간 공공부문 컨설팅 비즈니스에 몸담았던 외부인사를 영입했으며 국내 SI 전문 기업과의 제휴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 부문에서는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바젤II 협약 이후 금융시장 재 개편에 따른 운용 리스크 관리 시장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곧 시행될 기업 연금 분야, 보험 산업 분야, 그리고 영업점 통합 단말 환경 구축에 특화된 S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바젤 II와 관련해서 유니시스는 국내 금융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당면 과제인 통합 리스크 측정 및 관리가 가능한 영업 환경 구축에 대한 해결책으로 ‘ARMS(Advanced Risk Management Services)’를 제시하고 있다.
항공운송 서비스 분야에서는 통합 물류 시스템과 항공사의 수익관리, 항공기 정비 및 운영 관련 시스템, 바이오 메트릭스를 활용한 공항운영 시스템과 전자 패스포트 관련 솔루션 등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국내 대형 기관의 전산실에 산재해 있는 업무 단위용 서버인 로엔드, 미드레인지급 IA서버 및 유닉스 서버에 대한 통합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서버통합의 추세가 과거 단일 업무의 중복 서버들 간의 단순한 하드웨어적 물리적 통합이 아닌 기업 업무에 따른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통합을 목적으로 하는 논리적 통합이라는 점에서 그 업무의 복잡성이나 중요도가 높아졌다.
이를 위해 한국유니시스는 시스템 사업부의 컨설턴트를 통해 서버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자 하는 기업의 총소유비용(TCO) 분석과 다양한 통합화 방안의 시뮬레이션을 본 업무 추진에 앞서 서비스할 예정이다. 기업의 투자비용, IT 환경 구축기간, 기술적 난이도 등을 충분히 고려한 마스터 플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글로벌 솔루션 전문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한 국내 ‘HCM(Human Capital Management)’ 관련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