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거래소 출범에 따른 IT 인프라 통합 작업에 한국증권전산의 참여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증권전산에 따르면 지난 2월 10일 재정경제부 및 거래소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공식 발족한 ‘통합 추진 실무반’ 측에서 거래소 및 코스닥증권의 IT 운용 대행을 맡고 있는 증권전산측을 IT인프라 통합 작업에서 배제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는 것.
이에 따라 한국증권전산 노동조합은 10일 넘게 ‘증권전산을 배제한 IT 통합 작업을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증권전산측도 대주주(지분 76% 가량)인 거래소와 관계 때문에 드러내놓고 노조를 지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20년 가까이 IT 개발 및 운용 대행을 맡아온 증권전산을 배제한다는 데 대해서는 납득할 수 없다며 사실상 노조 입장에 공조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거래소, 객관적 컨설팅 결과에 따른다=실무반과 거래소측이 IT통합 작업에 증권전산 인력을 배제하는 이유는 “거래소 IT 관계자들이 참여하니 굳이 증권전산까지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근거다. 그러나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 정부나 실무반측에서는 통합거래소는 향후 IT 관련 비용의 절감을 위해 시스템 개발·운용에 있어 증권전산 등을 통한 아웃소싱을 확대해나간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실무반측도 76년 거래소 전산실에서 분사해 독립된 형태로 IT 운용을 맡아온 증권전산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나 실무반이 증권전산을 배제하려는 이유는 통합 과정에서 중첩되는 역할을 줄이는 것이 불가피한데 이해 당사자인 증권전산 인력을 밑그림 작업에 참여시키기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실무반 산하에 IT 통합을 추진하는 전담기구를 설립하고, 통합 거래소 IT 인프라 밑그림을 위한 정보전략계획(ISP)을 수립하는 것 역시 ‘객관적’인 컨설팅 결과에 의해 추진 방향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다.
◇증권전산, “통합 대상 아닌 IT 구축 주체다”=이에 대한 증권전산측의 반응은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증권전산은 대기업과 SI사 관계를 빗댄다. 증권전산 내부 관계자는 “대기업이 자사 IT 인프라를 개선할 때 시스템관리(SM) 운용을 맡고 있는 계열 SI사의 동참이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실제 그 업무를 수행하며 누구보다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기 때문”이라며 “거래소의 IT 인프라를 도맡아 운용해오던 증권전산측을 통합거래소 IT밑그림 작업에 배제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증권전산은 최근 시스템 통합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거래소의 선물옵션 매매체결시스템 ‘코스피200’에 부산 선물거래소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증권전산 안에 따르면 부산 선물거래소 1년 시스템 거래량은 코스피200의 하루 거래량 수준으로 코스피200 시스템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다. 이에 따라 증권전산은 통합거래소 IT인프라를 전면 재 개발하지말고 부산 선물거래소 시스템에만 있는 10여개 정도의 상품을 코스피200에 수용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구성하는 안을 도출했다.
시스템 규모 측면 외에도 코스피200이 유닉스 기반의 오픈시스템(오픈VMS)인데 비해 부산 선물거래소 시스템은 스웨덴 OM사의 독자 OS라는 점도 한 근거로 작용했다. 향후 개방형 환경의 인프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증권전산 고위 관계자는 “증권전산은 금융 자본 시장의 IT인프라를 직접 주도해 왔다”며 “이유가 어쨌든 증권거래 특성상 IT 인프라에 대한 본질적인 방향을 우선 수립하는 작업이 선행 돼야하고 그 작업에 증권전산은 오히려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