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범수 NHN사장(1)

‘꿈’이라는 단어는 내가 가장 즐겨 쓰는 단어 중 하나다. 그래서 최근 많은 사람들이 그 꿈을 이루었는지 묻는다.

나에게 꿈은 결코 허황되거나 막연하기만 한 단어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지금까지 전개해온 비즈니스 또한 모두 꿈 같은 이야기들을 현실로 성공시킨 일이라 할 수 있다. 누가 온라인에서 고스톱을 치고, 인터넷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는가. 나는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버릴 수 없었다. 98년 9월 안정적인 생활 기반이던 삼성SDS를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공교롭게도 98년은 IMF외환위기 한파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말이 좋아 홀로서기이지 실제로는 커다란 모험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No Pain, No Gain(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10년 후 나의 모습과 비전, 꿈 그리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물론 생각해둔 아이템은 있었다. 삼섬SDS에서 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툴로 각광을 받았던 PC통신 유니텔의 각종 솔루션 개발 및 기획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다. 이때부터 인터넷이라는 분야에 자신이 생겼고, 이를 게임과 효과적으로 결합하면 빠른 시일 내에 대중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회사에서 나온 뒤 시작한 사업은 PC방 사업이었다. 본격적인 사업에 앞서 필요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다행히 PC방은 잘 굴러갔고 98년 11월 자본금 5000만원의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 설립됐다. 삼성SDS 후배 5명과 함께 본격적인 인터넷게임 개발사업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설립 후 한동안은 PC방 사업과 솔루션 개발로 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곧 장기적인 비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사업모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

“당분간 수익사업은 접읍시다. 한게임 오픈이라는 목적사업에 전념합시다.” 직원들에게도 퇴근 불가라는 ‘비상 계엄령’이 내려졌다. 훗날 한게임의 대명사가 된 고스톱과 바둑 등이 이때부터 6개월간 집중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99년 12월 한게임 무료서비스를 시작하면서는 PC방을 적극 활용했다. 전국 PC방에 관리프로그램을 무료로 깔아주는 대신 한게임을 PC방 컴퓨터 초기화면에 띄우기로 한 것이다.

이때 삼성SDS 입사 동기였던 당시 네이버의 이해진 사장과도 공동 마케팅을 진행했었다. 훗날 돌이켜보니 공동마케팅은 두 회사 합병에 중요한 단초가 됐던 셈이다. 한게임은 PC방 고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서비스개시 3개월 만에 무료 회원수가 100만 명을 넘어서는 대성공을 거뒀다. 서비스개시 한달 만인 2000년 1월, 한국기술투자로부터 1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성공했다. 3개월 만에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한 것은 닷컴 비즈니스에서 사상초유의 일이었다. 놀라운 성장은 계속 이어졌다. 한게임은 2000년 2월에 회원수가 200만 명을 넘어섰고 ‘외형적’으로는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bskim@nhn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