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형이동전화(GSM) 지적재산권(IPR)을 보유한 세계적인 기업들이 국내 휴대폰업체들을 상대로 막대한 특허료를 요구, 휴대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모토로라·루슨트테크놀러지·필립스·에릭슨 등 GSM 특허 보유업체들이 최근 국내 휴대폰업체들을 개별 방문해 적게는 400만달러에서 많게는 4000만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특허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LG전자·팬택계열 등 대기업은 물론 맥슨텔레콤·텔슨전자·벨웨이브 등 중견·중소업체까지 GSM 본고장인 유럽에 진출, GSM 휴대폰 공급량을 늘려가자 GSM 휴대폰 IPR를 보유한 외국 업체들이 특허료 요구에 전격 나선 것이다.
업계는 수면 아래 잠복한 GSM 휴대폰 로열티 문제가 이를 계기로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노키아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요구를 제시하지 않아 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GSM 휴대폰에 대한 로열티를 요구할 수 있는 업체는 노키아 등 유럽과 미국의 15곳 정도이며, 올들어 국내 업체를 상대로 10여개 업체가 특허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국내 업체들이 로열티 충당금을 마련하지 않고 GSM 휴대폰을 수출, 이들의 요구가 본격화될 경우 중견·중소업체들은 물론 일부 대기업도 수익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업체 A사의 경우 지난해 에릭슨 한 곳에만 GSM 기술사용료로 24억원을 냈다. B사 사장은 “대부분 국내 업체들이 GSM 휴대폰에 대한 IPR가 전무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코걸이’식으로 기술사용료를 요구하면 낼 수 밖에 없다”며 “규모와 기업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GSM IPR 보유 업체 1곳에 연간 300만달러 정도는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GSM 휴대폰 제조에 따른 로열티를 거의 내지 않았던 국내 휴대폰업체는 앞으로 최소 8∼13%의 특허료를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휴대폰은 특허료가 최대 6%를 넘지 않으나 GSM은 최소 10%는 될 것”이라며 “당장 GSM 특허 충당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GSM 휴대폰 수출에 차질을 빚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GSM 로열티 문제는 개별기업에 맡겨두기 보다 정부나 범업계 차원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