工大 정원이 줄어든다

공과대학 정원이 줄어든다.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무차별적으로 늘어났던 공과대학 정원이 내년을 기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23일 대학에 따르면 서울대를 시작으로 연세대·인하대 등이 2005학년도 입학 정원 계획 수립과정에서 공대 정원을 감축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들도 불가피하게 전체 정원을 감축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있어 공대 정원 감소폭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80년대 후반 이공계 정원 확대를 전제로 법대 등 다른 단과대학의 정원을 늘릴 수 있도록 한 정책을 내놓은 이래 공대 정원을 줄이는 움직임을 보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들은 공대 정원 감축을 통해 연구중심 대학 성격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적 향상에 주력하면서 이공계에 대한 수험생의 관심도를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총장 정운찬)는 최근 2005학년도 입학정원 계획을 발표하고 공대 정원을 170명 줄일 예정이다. 류근배 기획관리실장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공대뿐만 아니라 학부 정원을 꾸준히 감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총장 정창영)와 인하대(총장 홍승용)도 내년에 각각 50명과 40명 규모의 공과대 정원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연세대는 내년에 현재 1129명의 공대 정원 중 50여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윤대희 연세대 공대 학장은 “교수 일인당 학생수 비율을 낮춰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차원에서 공대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입학관리처에 제출했다”며 “내년도부터 공대 정원 감축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공과대 중심으로 운영되는 인하대학교는 내년에 처음으로 총 1700명의 정원 중 40여명을 줄인다. 이 학교는 기계공학부에서 20명, 전자전기공학부에서 4명, 컴퓨터공학부와 정보통신공학부에서 각각 3명, 환경토목공학부에서 10명의 정원을 줄인다.

 또 숭실대(총장 이중)는 야간과정의 공대 정원을 감축해 인문대와 사회대 등에 신설학과를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원계획을 조정중이다.

 박재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기술인력팀장은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공대 학부 졸업생이 가장 많아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등 공대 졸업생 공급 과잉 현상을 겪고 있다”며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공대 정원을 줄여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