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는 지금의 삼성전자를 있게끔한 핵심 인프라입니다. 현재 우리는 10년 후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구상하고 프로세스를 다시 한번 바꾸는 혁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초일류 기업의 IT 경쟁력 역시 초일류가 돼야한다는 최고 경영자의 의지가 매우 높습니다. 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IT 신기술을 활용해 IT 인프라를 재편해야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입니다.”
삼성전자 CIO 박희선 상무(49)는 삼성전자 글로벌 ERP재구축 작업의 배경을 ‘초 일류기업을 향한 IT 인프라의 재편’으로 요약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1994년, ERP라는 개념조차 낮설었던 당시 글로벌 차원의 시스템 구축은 그 자체가 국내 IT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었다. 아직까지도 삼성전자의 ERP 시스템은 IBM이나 HP와 같은 선진 IT기업이 역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몇 손가락안에 꼽히는 대형 글로벌 IT 인프라 구축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잘 돌아 가지만 향후 10년 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전략에 따라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보면서 ERP의 재구축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의 경우 가전·영상·정보통신 등 사업 부문별로 순차적으로 적용했습니다. 해외 사업장은 신설되는 법인 순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다소 긴 시간 동안 순차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전 사업장의 ERP 시스템마다 버전이 달라 관리나 업무 처리에서 제약요소가 있고 각 사업장간 갭도 존재하게 됐습니다.”
이에따라 박 CIO는 내년부터 시작해 2∼3년 정도 최단기 내에 전 사업장의 ERP 모듈을 단일한 수준으로 통일할 계획이다.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IT 자원을 최적할 수 있는 대형 콘솔리데이션(통합)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흩어져 있는 60여개 데이터센터 수를 최소화하고 1700여대의 서버와 600여개의 핵심 단위 업무별 시스템로 구성된 시스템 환경도 정비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과정을 거쳐 완성될 새로운 ERP는 어떤 모습이 될까. 박 CIO는 “궁극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선 IT를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속도와 갭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IT가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컨셉트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변화에 가장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IT 환경(RTE)’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광범위하게 흩어진 IT 인프라와 프로세스를 통합하기 위해 엔터프라이즈애플리케이션통합(EAI) 개념도 적용할 계획이다.
또 하나 박 CIO는 IT 자원의 최적화된 관리를 통해 총소유비용(TCO)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점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현업의 요구를 수용하는데 있어 발의하고 개발하고 폐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관리하는 ‘IT과제 관리 개념’을 도입해 놓고 있습니다. 앞으론 애플리케이션라이프사이클관리(ALM) 관점에서 이를 보다 체계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 환경을 구축해 프로세스와 IT기술이 좀더 빠르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기업 삼성전자가 만들려하는 최고의 차세대 ERP 시스템의 핵심 컨셉트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