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업계 공룡 보다폰, 덩치 키우기는 이제 그만

세계 최대의 이통업체 보다폰의 덩치 키우기 전략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 저널이 24일 보도했다.

영국 보다폰은 지난 연말 기준으로 전세계에 1억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이통업계의 공룡이다. 비록 중국의 차이나모바일(1억5000만명)이 가입자수는 앞서지만 실제 내용면에서 보다폰이 단연 세계 1위의 이통업체다. 무명의 영국 이통업체가 설립 8년만에 세계 정상의 통신회사로 등극한 성장배경은 끊임없는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 때문이다.

보다폰의 크리스토퍼 겐토 전임 CEO는 재임기간 동안 무려 3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에어터치와 독일 마네스만을 인수했고 프랑스에서는 비벤디유니버설을 세우는 등 세계 26개국 이통사에 문어발식 지분투자를 감행했다. 이러한 성장전략은 사린 CEO가 취임한 이후에도 계속돼 올초에는 AT&T와이어리스 인수전에 뛰어들어 380억달러란 거액의 인수가를 제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보다폰의 영토늘리기 행보에 대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보다폰의 주가에도 영향을 미쳐 올들어 다우존스 유럽통신지수는 3% 오른 반면 보다폰의 주가는 오히려 2% 감소했다. 이는 보다폰의 무리한 사세불리기 더 이상 경쟁력 개선에 도움이 안된다는 투자자들의 인식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보다폰은 지난 3월 31일 끝난 2003 회계연도 실적발표에서 전년대비 10% 늘어난 334억 파운드(600억달러)의 매출실적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골드만삭스의 한 관계자는 보다폰이 이통서비스에서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해외투자에 쏟아부은 130억 파운드의 경비지출로 인해 총 90억 파운드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보다폰은 게임, 영상전송을 지원하는 3G서비스, 보다폰 라이브(Vodafone Live!)를 통해 과도한 해외투자부담을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미 다른 경쟁자들도 유사한 3G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이통시장에서 기업규모와 경쟁력은 별개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 T-모바일의 경우 지난 1분기 자국 이통시장에서 12%의 매출신장과 보다폰과 맞먹는 마진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폰의 아룬 사린 최고경영자는 AT&T와이어리스 인수실패 이후에도 프랑스, 동유럽, 인도 이통시장을 겨냥한 지분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혀 주변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