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대학을 졸업하고 인터넷 사업에 뛰어든 최동현 씨. 아직 20대지만 최 씨는 옥션에서 판매를 시작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월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 씨의 판매 품목은 컴퓨터 그래픽 카드와 CD-RW. 인터넷 쇼핑에 열성팬이었던 최씨는 졸업 후 입사보다 아예 창업 쪽으로 눈을 돌려 지금은 옥션의 ‘파워 세일러(우수 판매자)’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같은 졸업반이었던 다른 친구들은 아직도 취업을 못해 어려움을 겪는데 반해 최 씨는 인터넷 창업으로 승승장구,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e창업’이 뜨고 있다.
인터넷으로 손쉽게 자기 사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은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컴퓨터에 능숙한 20대와 30대가 주류를 이뤘는데 지금은 주부, 명예 퇴직자까지 e창업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아예 직장 생활을 때려 치고 인터넷에 눈을 돌리거나 병행하는 ‘투잡스 족’까지 등장했다.
e창업 열풍은 옥션 신규 교육자 추이를 보면 단박에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1년 옥션 판매자로 활동하기 위해 교육을 받은 사람은 평균 100명 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해 4분기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3년 4분기 1402명에서 올 1분기 3421명으로 증가했으며 지난 한 달에만 2209명이 옥션 교육을 수료했다. 불과 3년 사이에 30배 가까이 성장한 것. 옥션과 비즈니스 모델이 유사한 온켓도 판매자가 매 월 급증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강의 장소를 섭외할 정도다.
e창업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밥 먹기 보다 쉽다는 20대 중·후반. 20대 창업자는 지난해 말 12%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25%로 급증해 옥션에서만 수 십만명에 이른다. 이들 중 월 1000만 원대 이상의 높은 매출을 올리는 ‘파워 세일러’ 만도 수백 명에 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부와 직장인까지 가세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옥션과 온켓은 용산 전자상가·가구 상가 등을 돌면서 매장 점주를 대상으로 온라인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일상적인 업무로 자리 잡았다.
인터넷으로 창업하는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경매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 옥션·온켓 사이트가 대표적이며 물건을 적게 팔면 수수료를 적게 내고, 많이 팔면 많이 내는 방식이다. 회원 가입만 하면 바로 팔 수 있고 별도의 입점 심사가 없어 온라인 창업 초보자에게 적격이다. 경매 사이트는 입점 비와 월 관리비 대신 상품 판매 등록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만 지불하면 되고 초기 투자비도 없다.
경매 사이트에서 ‘내공’을 쌓은 판매자는 포털 사이트에 입점해 사업의 덩치를 키우기도 한다. 다음· 야후·HNH 등 상점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포털에 입점하면 상점 구축부터 마케팅까지 지원해 줘 창업 예정자는 상품 판매 자체에만 전념할 수 있다. 입점 비와 월 관리비가 부담이 없고 홍보가 상대적으로 쉬워 비용이 많이 절약된다.
최근에는 아예 처음부터 전자상거래(EC) 호스팅을 활용해 독립 소호몰로 창업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EC호스팅을 이용하면 운영자 능력에 따라 대형 쇼핑몰 못지않게 디자인을 꾸미고 기발한 이벤트를 열어 소호몰을 브랜드화하는 등 운영 가능성이 무한하다. 또 월 임대료가 3만∼5만원 선으로 운영 유지비가 워낙 적게 드는 데다 포털사이트 입점 소호몰보다 비슷한 품목끼리의 가격 경쟁에서 자유롭 다는 것이 장점이다.
쇼핑몰 구축에 필요한 인터넷 기술, 자격증 코스 등 창업에서 실무 교육과 유망한 창업 정보까지 제공하는 창업 센터도 초보 인터넷 사업자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코리아센터 닷컴· 하나포스 닷컴· 후이즈 창업센터· 소호나라· 미즈캠퍼스 등은 쇼핑몰 창업 아이템 선정에서 웹 프로모션까지 다양한 창업 콘텐츠를 통해 e창업 성공 시대의 든든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인터뷰]구자경 앤트미디어 사장
구자경 앤트미디어 사장(34)은 인터넷으로 성공 시대를 열어가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구 사장이 인터넷에 뛰어들기 이전 주요 활동 무대는 용산 전자상가였다. 대학을 졸업한 후 컴퓨터 부품 총판업체에서 일하던 구사장은 98년 친구 세명과 함께 쇼핑몰 관련 솔루션 개발업체를 설립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시작한 사업은 오래 가지 못해 삐걱거렸고 결국 회사를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구사장이 1여 년에 ‘장고’ 끝에 선택한 아이템이 바로 인터넷 쇼핑몰이었다. “쇼핑몰 구축을 대행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전문 쇼핑몰을 만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게임 쪽 지인의 도움으로 게임기와 소프트웨어 판권을 딸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구 사장은 게임 붐과 맞물려 벤더(중간 판매자)로 롯데닷컴과 여러 쇼핑몰에 게임기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면서 사업을 키웠다. 구 사장이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온켓 사이트에 판매자로 활동하면서부터. “이전에도 온라인 경매 분야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온켓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도전한 것이죠. 일종의 베팅이었습니다.”
구사장은 매일 서너 가지 씩 상품을 등록하면서 시장을 조사했다. 다행히 온켓에서 흡족할 정도로 팔려 나갔다. 지난해 온켓에서 올린 수익은 5억원 정도. 단 넉달 동안의 기간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올해는 30억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구 사장은 할인점 등 오프라인 시장으로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인터넷 창업으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한 구 사장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최고의 게임 유통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 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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