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최근 한국 측에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대당 로열티 2%를 제시해 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작 자국인 일본 현지에는 해당 특허가 등록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도시바와 SK텔레콤이 합의한 ‘한·일 업체간 비차별적 조항’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경우 일본 업체들은 한푼도 내지 않고 세계 처음으로 위성DMB서비스에 들어가는 한국 업체들만 로열티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도시바와 SK텔레콤이 지난 2002년 맺은 계약서 조항인 ‘한·일 업체간 비차별적 조항’이란 도시바가 특허를 적용할 경우 SK텔레콤이 지정한 한국업체와 일본업체를 동등 대우를 하겠다는 합의조항이다.
도시바 측은 전자신문과 전화통화를 통해 우리나라에 위성DMB 핵심 특허로서 2% 로열티를 주장하는 근거인 특허번호 356096과 407762 두 건이 일본에서는 아직 등록되지 않은 상태라고 26일 밝혔다.
일본 도시바 본사 관계자는 공식입장임을 전제로 “한국 TTA 측에 2% 로열티를 받을 예정이라고 전하기는 했으나 일본 아리브(ARIB, 우리나라의 TTA와 유사한 기관)에는 이런 내용을 통보한 바 없다”며 “이는 특허 2건이 아직 일본 특허청에 등록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본 내 특허가 등록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로열티를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에 출원된 위성DMB 관련 특허는 356096의 경우 지난 2000년 10월에 출원돼 2002년 6월 등록되는 등 2건 모두 등록절차가 마무리됐다. 반면 일본의 경우 같은 특허 기술인 PH11-337403과 PH11-337404는 지난 99년 11월 출원된 상태지만 아직 등록되지 않았다.
도시바 측은 “한국의 경우 특허 등록이 끝났기 때문에 서비스 시작 시점부터 수신기·갭필러 등 모든 장비에 2%를 부과할 권한이 있다”며 “그러나 일본은 아직 등록되지 않아서 로열티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본 내 특허 등록 시기에 대해서는 “지금으로선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며, 다음달일 수도 있고 내년 이후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표준화기관인 ARIB의 오노사토 마사시 방송그룹담당부장은 “일본은 특허 출원에서 등록까지 통상 7년 정도 소요된다”며 “오는 2006년께 등록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2006년까지 한국 업체만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도시바 측은 “특허 등록은 일본 특허청이 결정할 사항이므로 우리는 미비된 서류를 제출하는 등 등록을 위한 노력을 할 따름”이라고만 밝혔다.
<성호철기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