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보호법 입법 작업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정부기관 내에서 각각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법률안을 제시해 혼선을 빚고 있다. 또 여기에 시민사회 단체 등이 직접 독자안을 제시하는 등 법 제정 방향을 놓고 추진 주체간 이견이 분분해 이를 조율할 만한 장치 마련이 절실해졌다.
진보네트워크 등 7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는 시민·사회단체 의견을 반영한 ‘개인정보보호법 인권시민사회단체안’을 마련하고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연다. 이번 시민단체 안은 이에 앞서 입법예고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 안에 이어 세번째다. 이와 함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도 현재 관련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법’을 놓고 성격이 다른 정부기관 및 시민단체가 법안 마련 과정에서 사분오열의 양상을 보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라이버시법제정을위한연석회의’ 안은 시민단체들이 지난 1년간 작업 끝에 마련한 것으로서 ‘국가인권위원회보다 높은 권한을 지닌 독립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치’ 등 현재 정부 부처 등이 추진중인 법안보다 강력한 개인 정보보호 장치 의무화 방안 등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청회에서 시민 단체들은 현재 행자부와 정통부가 각각 민간, 공공 부문으로 나눠 개인정보보호법안을 마련중인 것에 대해 개인정보보호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 따른 ‘부처간 자기 영역 챙기기’라는 내용의 비판을 정식 제기할 계획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이에 앞서 정통부가 입법 예고한 ‘민간부문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의 경우 ‘민간부문’이라는 정의 조항에 금융기관이 제외된 점 등을 놓고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단체 간 이견이 충돌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정통부는 ‘민간부문’이라는 광범위한 표현 대신 법 적용 범위를 명확히 규정짓는 용어로 이를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정통부 정보이용보호과 김기권 과장은 “정통부가 추진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은 민간부문 중에서도 영리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며 “법률안에 대한 오해의 소지를 막기 위해 입법 예고된 내용은 그대로 두되 법률 명칭을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행자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개인정보보호법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현재 법 적용 범위나 기구 성격 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여러 갈래로 진행되는 법 제정 논의를 어느 정도 통합 조율할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정부혁신위원회도 최근 전자정부 법제정비 사업 세부 프로젝트를 위한 내부 워크숍을 가진 데 이어 내달 2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분야별 이슈 점검 포럼을 열기로 하는 등 개인정보보호관련 법 제정을 위한 사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진 주체간 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