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부품 전문 상가로 명성이 높은 용산의 선인상가가 최근들어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불과 6개월전까지만 하더라도 이 상가는 부품과 주변기기 매장 일색이었지만 최근에는 노트북 매장이 10여개가 잇따라 생기면서 부품 전문상가로서의 이미지가 퇴색해가고 있다. 또 전통적으로 가전 상가들로 구성돼 있던 나진전자월드 17·18동의 1층은 업종 제한이 없어졌다.
용산 전자상가의 이 같은 변화는 기존 아이템만으로는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특히 부품·주변기기 상가로 명성이 높던 선인상가의 변화는 PC부품 및 주변기기 유통업계가 얼마나 어려워졌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을만하다.
업종 변경은 차라리 나은 편이다. 아예 폐업하거나 전업을 해버리는 매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인상가에서 CPU유통을 전문으로 해오던 B사장은 올해 초 상가에서 나와 인터넷 사업을 시작했다. B사장은 “상가 경기가 날로 어려워져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용산을 떠났다.”라고 말했다.
선인상가의 2층이나 나진전자월드의 대로변 매장들은 나름대로 입지가 괜찮은 편이어서 빈 매장은 없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이 같은 상황이 쉽게 이해된다. 나진전자월드 19·20동 및 17·18동의 2·3층에는 층마다 빈 매장이 3∼5곳이나 된다. 일부 매장은 벌써 한달이 다 가도록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립PC 매장을 경영하는 P사장은 “올 들어 문을 닫고 사업을 그만두는 매장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일각에서는 새로 생긴 용산 민자역사 내의 ‘스페이스나인’으로 매장을 옮기고 있는데 따른 현상으로 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지못해 그만두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원효상가나 전자타운 등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이제는 상인들 뿐만 아니라 상가 건물주 등이 모두 상가활성화에 나서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때 용산전자단지협동조합 이사장을 맡아 용산 상가 활성화를 주창했던 권영화 사장은 “지금은 매장을 경영하지 않고 있는데, 오히려 상가 밖에서 상가를 바라보니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현재 용산 전자상가는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리더가 없고, 건물주들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권 전 이사장은 이와 함께 “새로 생긴 민자역사내 전자상가가 오는 10월 8일 개점하게 되면 기존 전자상가의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민자역사가 개점하면 자리를 잡는데 1년에서 1년 반 정도는 걸릴 것이므로 이제부터라도 기존상가와 새 상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세무조사 등 악재가 겹치면서 상가는 점차 활기를 잃고 있다. 하지만 상가를 다시 활성화시킬 주인공 역시 상인들과 상가 건물주들임에는 틀림없다. 용산세무자율지도위원회(회장 이덕훈)가 오는 6월 9일 개최할 예정인 ‘상가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는 상가활성화를 다 같이 모색해보자는 것이어서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