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유래사
피에르 제르마 지음
김혜경 옮김
하늘연못 펴냄
“인류가 먹은 최초의 채소는?”
“음주측정기와 흔들의자의 발명가는?”
“포켓북을 처음 만든 사람은?”
“최초의 스튜어디스는 누구일까?”
인류가 먹은 최초의 채소는 양파였다. 4000년 전부터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재배됐다. 음주운전 적발도구가 된 알코올 측정기는 1961년 5월 1일 독일 드라위게르베크 회사가 알코올중독자 진찰도구로 처음 개발했다. 모든 독서가들의 꿈이었던 흔들의자를 발명해 따뜻한 난로 앞에서 마음껏 독서할 수 있도록 한 사람은 정치가 프랭클린이다. 포켓북을 최초로 출간한 사람은 런던의 앨런 레인. 그는 1935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독자들을 위해 펭귄 시리즈를 실험적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최초의 스튜어디스는 전직 간호사 출신의 앨런 처치다. 그녀는 1930년 5월 15일 샌프란시스코발 시카고행 비행기에 최초로 탑승해 ‘하늘을 나는 안방’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최고의 선물은 궁금증과 호기심이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만물의 유래사’는 바로 이러한 인류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빚어낸 만물의 발명과 발견의 유래를 다룬 책이다. 우리 문명과 관련된 영역들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식으로 설명한 이 책은 일상의 각종 도구들을 비롯, 인간의 관습과 언어, 사회제도, 의식주, 동식물, 광물, 기술, 의학, 과학, 예술 등 인류 문명사와 관련된 다양한 만물의 숨겨진 역사를 세세하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저자인 피에르 제르마는 만물의 근원을 파고드는 왕성한 지적 호기심으로 522가지 항목의 ‘인류와 함께 한 만물의 유래와 기원과 그 최초’를 이 책 속에 밝혀놓고 있다.
흔히 프랑스 대혁명 때 세상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 단두대가 실은 스코틀랜드에서 16세기부터 사용됐으며, 브래지어는 1912년 미국인 오토 티츨링이 발명했으나 뒤늦게 개발한 프랑스인 필립 드 브라시에르가 한발 앞서 특허등록을 하는 바람에 그의 이름을 따 ‘브라시에르’라고 명명됐다고 책은 전한다.
현대적 물건 및 시스템이 탄생한 초기 풍속묘사도 흥미롭다. 비키니 수영복은 1946년 6월 20일 프랑스인 루이 레아르가 개발했으나 이를 입겠다는 모델이 없어 사흘 뒤 스트립댄서 미셸 베르나르디에게 입혀 발표회를 가졌다. 프랑스 백화점의 효시는 1837년 파리에서 문을 연 ‘르 프티 마틀로’이며 이후 경쟁이 극대화되자 19세기 백화점들 이름은 ‘고삐 풀린 소녀’ ‘바람둥이 남자 들러리’ 등 선정성 경쟁이 뜨거웠다고 저자는 묘사한다.
이 밖에 로마황제 네로는 목소리를 크게 내기 위해 파를 복용했으며, 역사상 최초의 평가절하는 고대 그리스에서 단행됐고, 포크의 출생국은 터키, 피임의 역사는 고대 이집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콘돔 발명가는 16세기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팔로페, 화약 제조술을 유럽에 전파한 이는 아라비아 무역상들, 복권은 15세기 베니스 상인들의 창안물, 인류 최초의 포스터 제작자는 15세기 교회 성가대원들이었다는 사실들도 이 책에서 속속 밝혀진다.
또 이 책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 발견들과 그 과정 속에 숨겨져 있는 숱한 발명자와 발견자들의 노력의 흔적들을 소개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내는 과정의 감춰진 사례들을 되짚어 읽는 즐거움과 함께 딱딱한 백과사전을 독파하는 식의 지식탐구와는 다른 창의의 비밀스런 과정을 직접 접하게 되는 신선감과 솔솔한 재미를 선사한다.
중남미 문학의 거장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우연히 이 책을 접하고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읽을 때의 긴장감과 미스터리 소설을 읽을 때의 즐거움을 주는 책”이라는 설명과 함께 “침상 머리맡에 놓아두고 잠들기 전 밤마다 집어들어 책 속의 무수한 발견과 창의의 비밀들을 몰래 캐내듯 읽곤 한다”고 말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