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유안진 지음. 정민미디어 펴냄)-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사장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대목이다. 이 수필을 처음 접한 것은 20여년 전 중학생 때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창 사춘기로 감수성이 넘쳐 고민도 많고 생각도 많던 그 시절 친구와 우정에 대한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하나의 바이블로 생각된다.
이 수필에는 추억과 낭만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단지 오래 전에 쓰여진 글이고 오래 전에 접했기 때문은 아니다. 처음 읽었을 때나 지금 읽거나 혹은 먼 훗날 읽더라도 같은 깊이와 같은 온도의 감동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전해질 것이다. 그래서 이 수필은 식지 않는 뚝배기에 소복히 담긴 된장찌개 같거나 혹은 시간이 갈수록 맛의 깊이가 더해지는 향기로운 와인 한 잔 같기도 하다.
작년 이맘 때였던 것 같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저자인 유안진 선생님과의 만남을 시도했고 흔쾌히 허락을 받아 오랜 숙원을 풀게 됐다. 조그만 선물과 꽃다발을 준비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 뵈었을 때 당신의 글처럼 맑은 웃음으로 맞아 주셨다.
올해로 10년째 사업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유안진 선생님을 만날 때의 설렘은 내게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그 분의 수필에서 동기를 얻어 회사명을 짓지 않았던가. 좋은 말씀을 많이 나누었는데, 특히 ‘지란지교를 꿈꾸며’라는 수필이 단 하루 만에 쓰여진 글이라고 말씀을 하실 때는 무슨 비밀을 알아낸 아이처럼 놀랍고 뿌듯해 했던 기억이 새롭다.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지리라.’ 이 수필의 마지막 문장은 더없이 짙은 여운을 남긴다. 지란지교의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이 있는 한 맑고 높은 향기는 십년, 백년을 이어갈 것이며 그 향기는 인터넷을 타고서도 멀리 멀리 퍼질 것이다.
ceo@ji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