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TV홈쇼핑에 방영된 ‘JVC 캠코더’. 이 제품은 150만원을 호가하는 일반 캠코더의 30%에 불과한 49만9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평균 400∼500대 정도 팔리는 데 그쳤다. 다른 디지털 가전 판매 실적에 비하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40만 원 대의 상상 이하의 가격에 비하면 기대치에 크게 미달해 담당 업체를 당혹케 했다는 후문이다.
‘5월 가정의 달’이라는 호재를 맞아 주요 내수 업종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 파격적인 세일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판매가 부진해 심각한 내수 경기를 확인한 한 달이었다. TV홈쇼핑과 가전 전문점은 오히려 지난 해 같은 기간은 물론 전달보다 매출이 떨어졌으며 그나마 인터넷 몰과 할인점이 선전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전업체와 전문 유통점은 5월을 맞아 에어컨 등 여름 가전 상품에 승부를 걸었다. 하이마트는 5월 매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3% 가량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에어컨 판매 부진이 가장 큰 매출 감소 요인이었다. 이달들어 26일 현재까지 하이마트의 에어컨 판매 실적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5월에는 어버이날 등 각종 행사가 많았고 지난해보다 더욱 다양한 제품과 이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 심리가 작용, 디지털기기의 판매가 호전돼 더 이상의 매출 둔화를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주요 대리점과 전자랜드 21도 전 달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
5월 특수를 기대했던 TV홈쇼핑도 마찬가지다. LG홈쇼핑은 25일까지 케이블 부문 총 주문 실적이 950억 원 정도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무려 20% 이상 줄어든 것이다. 물론 수익 중심으로 아이템을 편성하고 보험 매출 분을 주문 실적에 잡지 않았지만 매출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CJ홈쇼핑도 지난 달 보다 소폭 감소했다. 우리홈쇼핑도 이 달 케이블과 인터넷을 합쳐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8% 신장한 44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인터넷 쇼핑몰과 할인점은 소폭 상승했다.
LG이숍은 이 달 25일까지 420억 원으로 지난 달에 비해 10%, 지난 해에 비해 5% 상승했다. 우리닷컴도 이 달 26일까지 68억 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 달 전체 인터넷 매출액인 56억53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CJ몰도 휴일이 많았음에도 지난 달에 비해 3% 정도 상승했다. 인터파크와 롯데닷컴 등 다른 종합 쇼핑몰도 지난 달에 비해 10% 이상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할인점 업계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26일 현재 이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 늘어나는 등 소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할인점은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라 가전·레저·스포츠 용품의 판매는 줄어든 대신 식료품·생활용품 등 생필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하이마트 측은 “불행 중 다행으로 지난 주말부터 더워진 날씨 덕분에 에어컨의 판매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소 회복되고 있다”며 “5월 마감 실적은 전년 동기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통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