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벤처CEO포럼 토론회가 25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전략적 협력 모델 구축 방안’을 주제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의 협력을 위해서는 서로간의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데 목소리를 같이 했다.
주제: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전략적 협력 모델 구축 방안
주최: 벤처기업협회·전자신문
<참석자>
김필구 산업자원부 과장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
박철순 서울대 교수
이성철 현대기아차 상무
※사회: 정회훈 이커뮤니티 사장
전자신문과 벤처기업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제 8차 벤처CEO포럼 토론회가 25일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간의 전략적 협력 모델 구축 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성철 현대기아차 상무와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이 각각 대기업과 벤처기업 대표로 주제발표를 했으며 또한 정부와 학계 관계자가 패널로 참석해 토론을 펼쳤다. 토론자들은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업에서는 서로간의 명확한 역할구분이 필요하며 특히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단순히 종속적 관계가 아닌 협력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기업은 연구개발 중심인 벤처기업에 대해 중소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 내용을 정리한다.
◇사회(정회훈 이커뮤니티 사장)=과거 삼성전자가 잘 되면 한국경제도 자연스럽게 번영할 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가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경제는 기대만큼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벤처기업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이들 서로간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전략적 협업에 대해 토론하자.
◇김필구(산자부 과장)=흔히 중소·벤처기업들은 대기업과의 협업시 어려움으로 종속적 갑·을 관계의 극복을 든다. 하지만 어느 업체도 그런 관계에 대해 직접 고발하려 나서지 않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으면 불공정 거래를 단속할 수 있도록 순찰을 부탁한다. 우리나라 300만개 기업중 대기업은 4000여개에 불과해, 대기업들은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불공정 거래법이 있어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있지만 시장논리에 따라 흐를 경우 개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철순(서울대 교수)=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불공정 거래가 왜 발생할까. 대기업들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원가절감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외부 조달비용 축소 필요성을 인식하며,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인 공급사에게 가격 인하 압력을 넣는다. 공급사 입장에서는 낮아진 가격에 맞게 품질을 낮추거나 또는 새로운 구매사를 찾는다. 두 개의 선택권 모두 공급사 입장에게는 치명적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다른 기업의 비용절감을 벤치마킹하면서 확대되는 것 같다.
하지만 초우량기업들의 비용절감 방법은 이렇지 않다. 이들은 공급자들의 비용구조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공동 연구개발, 또는 교육 등을 추진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불공정 거래관행이 대기업의 악의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대기업 경영자들이 경영에 대한 본질 및 사회적 역할에 대한 철학때문에 오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성철(현대기아차 상무)= 대기업 입장에서도 벤처기업과의 협업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급사를 협력사로 대접하고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구를 만들었다. 대기업이 협력사의 기술개발을 위해 지원하지 않으면 서로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대기업과 벤처기업과의 협력은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보완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민우(다산네트웍스 사장)=불공정 거래관행을 없애기 위해 대기업은 악의적이지 않고 또한 벤처기업은 공정한 거래와 구매파워를 키우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보다도 제도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
◇사회=대기업과 벤처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 틀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기업의 경영자들이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회 참석자들의 견해도 들어보자.
◇조현정(비트컴퓨터 사장)=대기업과 벤처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과의 협력과는 다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퀄컴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차세대 성장동력에 있어 벤처기업과 대기업과의 전략적 협업 모델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남민우=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은 멀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빌 게이츠와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불공정거래관행과 같은 해묵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벤처기업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성철=기업 경영환경과 제조기술이 많이 바뀌고 있다. 대기업이 하나에서 100까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협력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는 시간절약과 함께 보다 나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그러기 위해 벤처기업을 찾고 있다. 벤처기업과 협업을 하면서 느낀점은 상당수 벤처기업들의 초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흔들린다는 것이다. 벤처지원시스템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미국의 벤처지원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작은 자금으로 지원을 시작해 실현 정도에 따라 지원을 늘린다.
◇김필구=해외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협업은 서로 상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대·중소·벤처기업들이 서로 불공정 거래관행을 없앨 수 있는 센터를 만드는 방법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철순=집단과 집단사이의 관계를 약탈과 착취의 관계로 보는 것이 최근 우리나라의 전반적 상황이다. 사업자간에 이런 관계는 옳지 않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데 착취로 가는 것은 부정적 결과만 낳을 뿐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는 반기업 정서도 이 때문이다.
◇사회=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전략적인 협력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여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정리=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주제발표-이성철 현대기아차 상무(벤처기업과의 업무제휴를 통한 성공사례)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협력은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대기업은 전략 및 핵심신기술의 조기 확보, 기술 인프라 구축, 그리고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적절한 신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벤처기업도 고위험 사업을 펼치기 위한 자금 확보, 마케팅·네트워크 등의 약점 보완, 사업 확대에 따른 경영·판매·재무 문제 해결을 위해 대기업과의 협력이 요망된다.
대기업과 벤처기업간의 협력 유형으로는 크게 △출자형 △분사형 △공동사업형 △M&A형 등이 있다. 출자형은 대기업이 전략기술 보유한 성장 벤처에게 유상 증자하는 형태다. 분사형은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술로 개발해 사업화 할 수 있도록 분사를 지원하는 것. 또 공동사업형은 벤처의 기술력과 대기업의 경영·마케팅능력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며 M&A형은 대기업이 양산 체제를 활용해 부족 기술분야를 신속하게 보충하는데 적합하다.
현대기아차는 사외벤처·분사벤처·사내벤처와 전략적 협력을 통해 좋은 결과를 낳고 있다. 사외벤처와의 협력은 출자를 통해 전략기술의 조기확보를 위한 목적으로 추진했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전자와 정보기술 관련업체에 투자해 취약한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는 효과를 보았다. 벤처기업도 대기업과 공동사업을 통해 응용분야 적용 확대 등의 성과를 거뒀다. 분사벤처의 경우 직원들의 자발적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으로 미래 핵심기술의 전문화 육성 및 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 또 분사 벤처기업은 대기업 입장에서는 미래 핵심기술의 전문화 육성 및 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직원들은 기술의 사업화 의지 실현, 기술 판매처 확보 및 마케팅 약점 등을 극복하며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seonglee@hyundai-motor.com
◆주제발표-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벤처기업과 대기업의 전략적 제휴)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협력모델은 △제품 구매 및 하청계약에 의한 단순 거래관계 △기술 및 제품 개발 협력 모델 △자본 제휴 관계 등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단순 거래관계의 경우 벤처기업은 대기업의 대량 구매에 의한 갑·을 관계가 되면서 일반적으로 영속된 하청관계를 면키 어렵다. 개발 협력 모델은 특정 기술 및 제품 관련 개발 용역 및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ODM(주문자개발생산) 계약에 의한 협력 등이 있을 수 있다. 자본 제휴관계는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다.
벤처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은 대개 단순 거래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이 경우 벤처기업들은 거래관계와 협력모델에서 불공정을 겪게 된다. 거래관계 불공정의 예로는 최저가 입찰제와 단납기에 따른 재고 부담 전가 등이 있다. 또 협력모델에서의 불공정 예로는 소스 코드 원천기술 제공 요구, 동시 개발 진행 후 계약 파기 등 기술약탈 그리고 사업의 구두진행을 통한 책임 회피, 시장 상황 위험도의 일반적 전가 등 생산물량의 재고 위험 전가를 꼽는다.
이같은 불공정 거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3자 개입에 의한 갑을관계의 불균형 시정, 벤처기업들의 적절한 파트너 선택 노력, 문서계약에 의한 불합리한 일반적 요구 탈피 등의 협력 등도 방법이다. nam@da-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