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학교 컴퓨터수업 `파행`

급변하는 컴퓨터환경 제대로 반영못해

현실과 동떨어진 ‘골동품 교과서’ 때문에 중고등학교의 컴퓨터 수업이 파행 운영되고 있다.

 본지가 27일 현재 국내에 발행된 15종의 컴퓨터 관련 교과서(중학 7종, 고교 8종)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발행된 지 2년이 넘었으며 3년이 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돼 급변하는 컴퓨터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의 교과서에는 이미 단종돼 구입할 수도 없는 소프트웨어가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는 것은 물론 학생들은 시험을 위해 교과과정에 포함된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복제해야 하는 등 컴퓨터 교육 기반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실제로 15종의 중고등학교 컴퓨터 교과서는 최소 1년 9개월에서 최대 3년 3개월 이전에 발행됐다. 실린 내용 또한 인터넷 활용 분야의 경우 이제는 거의 사라진 PC통신이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미 일반화된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에 대한 설명은 15종 중 단 2종에만 실려 있는 등 현실감이 전혀 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소프트웨어 중 상당수도 이미 단종된 제품이다. 운용체계의 경우 중고등학교 교과서 11종이 지난 2002년 6월 단종된 윈도98에 대한 설명을 싣고 있다. 워드프로세서는 더 심해 15종 가운데 13종에서 지난 2000년 5월 단종된 아래아한글97을 다루고 있으며 홈페이지 제작 소프트웨어나 그래픽 소프트웨어 역시 상당수의 교과서가 현재 팔고 있지도 않은 제품의 사용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서울 영등포중 2학년 김모 군은 “입학할 때 받은 컴퓨터 교과서는 수업 시간에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교과서에 있는 내용도 구식이라서 흥미가 없으며 PC통신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운현중 1학년 이모 양은 “학교에서 배운 소프트웨어를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기 때문에 시험 준비를 하려면 불법복제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친구가 갖고 있는 CD를 빌려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에 따라 중고등학교 컴퓨터 교과서의 조속한 개정 및 주기적인 내용 추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컴퓨터 담당교사는 “컴퓨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는 2년만 지나도 구식이 되기 때문에 컴퓨터 교과서의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며 “다른 교과서와 컴퓨터 교과서의 개정 주기를 천편일률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