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김범수 NH사장(2)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은 국내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M&A 사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요즘은 해외 유수의 비즈니스 스쿨에서도 사례연구를 위해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으로도 성공모델로 검증받은 듯 해 뿌듯할 뿐이다.

지난 2000년 초 한게임은 회원 1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애가 탔다. 회원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지만, 시스템이 급속한 성장세를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절박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었다. 업계 4위인 네이버 역시100억 원대의 투자를 유치했지만 수익모델의 부재로 고민하고 있었다.

이해진 NHN 전략담당 부사장(전 NHN 공동대표)과의 인연이 다져진 것도 이 때쯤이다. 당시 네이버컴을 경영하고 있었던 이 부사장과는 삼성SDS연구소 입사 동기로 처음 인연을 시작했지만 이후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뜻이 맞아 자주 만났다. 게임과 검색이라는 두 모델을 두고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연스레 합병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합병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만은 아니다. 당시 한게임과 네이버는 각각 커다란 사업적 변화를 겪고 있는 상태였다. 알려진 것처럼 네이버는 당시 거대 브랜드였던 새롬기술과의 합병을 발표했다. 한게임은 어떠했는가. 막대한 자본의 투자제의를 받아 놓은 상태였으며 더 나은 위치의 포털과의 결합도 고려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직원 설득도 난제였다. “인터넷보다 게임비즈니스가 더 비전있다”며 반발하는 직원들에게 합병의 당위성과 시너지효과를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했다. 이제까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CEO의 의지임을 강조하면서 신뢰를 호소한 적이 단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이 이 때였다. 디지털 시대에는 0과 1만이 존재할 뿐이고, 인터넷 업계에서 넘버 원이 되지 않고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원래 네이버와 새롬의 합병에는 한게임이 함께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러나 새롬기술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네이버와 새롬기술 간 합병이 결렬됐다. 그 대신 네이버와 한게임은 두 업체가 중심이되는 ‘역사적인’ 합병을 발표했다.

당시 촉망받는 기업이었던 새롬기술과의 합병을 통해 탄탄한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안정적인 비즈니스를 보장해주는 길이지 않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게임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커뮤니티와 국내 최고의 검색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의 경쟁력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것을 우리 두 사람은 굳게 믿고 있었다. 합병으로 이해진 사장과의 신뢰는 더욱 두터워졌고 기대와 예상은 적중했다. 두 회사의 만남이 가져 올 폭발적인 시너지는 멀지 않은 미래에 있었다.

두 서비스의 결합이 성공사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일까. 적절한 서비스와 시장전략도 주효했고 직원들의 노력도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와 이 부사장과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큰 성공요인이었다고 본다. 두 CEO의 신뢰는 곧 양사 직원들의 융화와 조직관리에서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해진 부사장은 지난 3년 5개월간 공동대표 체제를 유지하며 사업을 이끌어 간 나의 가장 중요한 사업 파트너이자, 친구이자, 조언자이다.

 

사진;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왼쪽)과 함께한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