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그룹 계열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자사의 대표적인 레퍼런스를 외부 사업에서만 찾던 관행에서 벗어나 그룹사 내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동안 그룹내 수요는 대형SI업체들에는 절대 다수의 시장이었지만 ‘그룹에 의존한다’는 주위의 비난에 묻혀 대외적으로 알리기를 극히 꺼려온 금기사항으로 남아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형SI업체들을 중심으로 그룹내 간판기업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자신들의 IT서비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경향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각 산업 분야에서 고성장을 기록한 기업들의 밑바탕에는 IT경영의 힘이 크다는데 주목한 경쟁업체들이 오히려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을 담당한 IT서비스 업체를 탐방하는 사례도 생겨날 정도다. SI업체들은 아예 그룹계열사를 자사의 대표적인 레퍼런스사이트로 활용해 공공이나 금융 등 대외사업 및 해외사업 수주경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삼성SDS에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휴대폰을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솟으면서 IT서비스를 제공해온 삼성SDS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수익률이 인텔을 능가하면서 세계적인 기업임을 재확인한 삼성전자는 핵심 성장배경으로 IT경영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삼성SDS가 삼성전자를 전략적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이유도 바로 이런 데 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의 성공의 밑바탕에는 전사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고객관계관리(CRM) 등 자사가 구축한 핵심 IT솔루션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SDS는 구미·과천·미국·유럽·멕시코 등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삼성그룹의 해외 법인과 국내 계열사의 업무를 쉼없이 지원함으로써 전세계 영업 실적과 재고량 및 조달·선적상황을 한 눈에 파악, 글로벌 전략 수립과 실시간기업(RTE) 구현에 기여해왔다.
LG전자의 글로벌 경영에는 항상 LG CNS가 동반자로 참여한다. 디지털가전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LG전자는 LG CNS의 대표적인 성공 레퍼런스다. 실제로 LG CNS는 LG전자의 밀레니엄 IT마스터플랜 수립과 물류혁신 BPR 및 e서비스 플랜 수립을 주도, 글로벌 경영체제 및 IT기반을 구축하는 중추 역할을 했다. 또 GFCM·LG-eNET·IPS(Internet Purchusing System)·eCSM·신회계시스템·eHR·PDM 등 각종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 LG전자의 시장 경쟁력 제고를 지원해왔다. 특히 LG전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ERP패키지를 중심으로 한 핵심 프로세스 혁신을 성공적으로 추진했고 최근 포스트ERP 및 e비즈니스 영역에 대한 역량 강화를 통해 사업기회 창출 및 비즈니스 역량 향상을 이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동통신업계의 총아 SK텔레콤은 유비쿼터스·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SK C&C가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점에서다. SK텔레콤의 전략적 동반자로서 쌓아온 노하우가 자사의 핵심 경쟁력이자 성장의 원동력임을 잘 알기 때문. SK C&C는 SK텔레콤의 차세대 서비스로 주목받는 위성 DMB 사업에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 SK텔레콤의 마케팅 인프라인 고객관리·빌링·영업관리(COIS) 및 평가·조정(OSS),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유무선 통합서비스 네이트, NGcP(Next Generation convergence Platform) 등의 구축을 통해 새로운 가치창출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SK 텔레콤이 IBM 및 SK C&C와 공동으로 본격 구축에 착수한 1000억원대의 초대형 프로젝트 차세대마케팅시스템(NGM)은 SK C&C가 한 단계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데이타도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를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포스코의 경영혁신에 자사가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 추진을 통해 구축한 신정보경영시스템 ‘포스피아’가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한다. 포스피아 가동 후 포스코는 열연제품의 납품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4일로 단축하고 신제품 개발 기간을 종전 4년에서 1.5년으로 단축하는 초스피드 경영이 가능해졌다는 것. 실제로 태국·중국·인도 등 각국의 철강업체들이 포스코의 정보시스템에 주목, 관련 프로젝트를 잇따라 포스데이타에 의뢰하는 것을 볼 때 포스데이타의 포스코 내세우기 전략은 주효해 보인다.
한편 이 같은 대형SI업체들의 그룹 시장에 대한 시각변화에 대해 윤석경 SK C&C 사장은 “그룹사에 대한 IT서비스 제공이 계열사 SM이라는 이유로 폄훼돼왔지만 IT를 핵심경영기반으로 삼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단지 계열사란 이유만으로 자사 SI업체를 파트너로 선택할 만큼 어리석지 않다”고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