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이후 최근까지 전통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전자·IT산업 진출바람이 그 어느때보다도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이후 IT분야 신규 사업 진출(사업목적 변경 포함)을 발표한 경우는 80건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연초부터 5월까지의 5개월간 사업목적 변경 공시건은 총 232건으로 지난해와 2002년 연간 사업 목적 변경 공시건수 각각 292건, 275건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기술투자 최범진 이사는 “사업 목적 변경 가운데 대다수가 IT분야로의 진출이라는 점에서 올해 IT 신규 사업 진출은 예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전통 산업군 기업 가운데 안정성·자금력 등을 확보한 기업들은 성장성 제고 차원에서, 기존사업에 한계를 느낀 기업들은 새로운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사업방향을 바꾸거나 아이템을 확대하고 있다.
◇신규진출은 대부분 IT=굿모닝신한증권 이정수 연구원은 “국내 산업구조가 IT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대부분 기업들의 신규 사업 진출은 디지털·모바일·디스플레이 등 IT분야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신규 사업 진출의 대부분은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있는 방향에서 이뤄지는 예가 많다. 기존사업과 연계될 경우 비용이 많이 들지않고 그만큼 위험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이오테크닉스가 PCB드릴러·LCD 장비로 진출한 것이나 카지노용 CRT모니터 제조업체인 코텍이 터치스크린과 LCD·PDP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것이 그 예다. YBM서울도 기존 음반 사업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 온라인 음원 사업에 진출했다.
◇굴뚝기업의 IT진출도 확대=제조업 기반의 굴뚝기업들이 IT분야로 돌파구를 찾는 예도 적지 않다. 한메NS는 PCB동판 사업이 주였던 신성이 한메소프트를 인수해 온라인 교육사업에 진출하며 사명까지 바꾼 경우다.
이 회사 김대식 상무는 “PCB동판 사업은 경기 상황에 따라 부침이 있어 안정성과 성장성을 갖춘 새 사업을 찾다가 온라인 교육 업체를 인수하게 됐다”며 “변하지 않는 기업은 한계가 있어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는 일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밖에 계룡건설은 환경영향 평가·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섬유업체인 코오롱은 감광성 필름·유기EL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시멘트 생산업체인 성신양회는 반도체부품과 광산업을 신규 성장 엔진으로 채택했다.
◇신규 사업 성공의 관건은=기업들의 신규사업 진출은 새로운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신규 사업 진출 자체가 성장과 성공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투자신탁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지만 빠른 기술 발전과 소비자 기호 변화, 경쟁 확대 등으로 예상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예도 많다”며 “신규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기업별 연구 개발 능력과 생산 시스템, 판로 개척 등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기술투자 최범진 이사는 “그동안 기업들의 새 사업은 기존 사업에서 연계된 분야로 진출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수익성이 높은 별개 사업으로의 도전도 많다”며 “철저한 사전 준비는 물론이고 신규 사업에 따른 조직 관리와 문화적 이질감 극복 등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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