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은 연령대, 세대 간 차가 크다. 자녀를 둔 부모입장에서 게임이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자녀들의 학습시간을 뺐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에 노출된다고 생각한다. 더 크게는 중독의 우려마저 상존한다고 느낀다. 자녀들과의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자녀들에게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할 수만은 없다. 게임은 청소년 세대의 자연스러운 문화이고 코드다. 청소년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게임을 못하게만 한다면 자칫 더 큰 일탈행위로 확대될 수도 있다. 먼저 게임의 속성을 이해하고 스스로 절제할 수 있게 방향을 유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관심이 최선책이다.
◇학부모의 이해부족부터 해결해야=지난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청소년·학부모를 대상으로 의견을 조사한 결과, ‘게임이 일상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질문에 청소년 세대는 부정적인 인식(12%)보다 긍정적인 인식(24.8%)이 2배 이상 많았다. 반면 학부모 세대는 부정적인 인식(24.6%)에 대한 응답률이 긍정적 인식(20%)보다 5% 가량 높게 나타났다. <표 참조>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한 학부모와 청소년의 인식도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학부모의 37.8%가 ‘현금거래로 인한 피해가 크므로 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청소년의 29.7%는 ‘정부에서 이용한도를 정해 수준 이상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답했다.
게임이용이 많은 청소년 세대의 경우 아이템 현금거래에 대해 보다 개방적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보면 학부모 세대의 경우 전반적으로 개방적인 견해의 비율이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세대는 ‘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낮아진 반면 ‘개인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은 높아졌다. ‘청소년 사용금지’ 및 ‘일정 수준 금지’의 응답률이 증가해 제한적인 허용에 대한 견해가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게임을 주체로 놓고 볼 때 청소년은 실제 사용자층이고 부모는 감시자층이다. 학부모 세대의 경우 게임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면이 늘었으나 아직은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녀의 게임이용에 대한 대응’을 물은 결과 50% 이상이 ‘다소 제재’라고 답했다. 적극 권장은 아예 답변이 없었고, 권장한다는 응답은 4.3%에 불과했다. 반면 ‘다소 제재’나 ‘매우 제재’는 54.5%로 부정적 응답이 훨씬 높았으며 보통은 41.1%를 기록했다.
또 자녀와 함께 게임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설문결과 ‘가끔 이용’(39.1%), ‘거의 안함’(26.8%), ‘전혀 안함’(25.4%), ‘자주 이용함’(8%), ‘매우 자주 이용’(0.7%) 순으로 자녀와 함께 게임을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50%를 넘어섰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기 전에 먼저 청소년, 혹은 자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설문결과에서 보듯, 자녀와 함께 게임을 이용하는 예는 드문 반면 부모의 생각만으로 자녀를 규정하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부모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 데 중독과 몰입이 있을 수 없다.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원장은 “함께 즐기고 대화함으로써 서로 이해와 정을 싹 틔울 수 있는 것이 게임”이라며 “부모들은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갖지 않고 무조건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면 오히려 반발감만 더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게임=문화관광부와 게임문화진흥협의회가 공동으로 펼치는 ‘가족과 함께 하는 게임캠프’가 매년 방학을 이용해 열린다. 청소년들의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를 정립하고, 게임에 대한 인식전환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제 4회 행사는 지난 1월8일부터 10일까지 2박 3일 간 학부모 100명과 초등학생 100명이 참여하여 경기도 가평의 청평 풍림콘도에서 열렸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게임캠프’는 부모와 청소년이 서로를 이해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2002년 여름부터 시작되었다.
게임때문에 부모와 청소년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를 해소하고, 여러가지 온·오프라인 게임을 통해 가족 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가족 게임대전, 가족 보드게임 등 가족이 모두 함께 어울려 즐기는 가족화합프로그램과 가족스포츠댄스 시간, 청소년 장기자랑, 코스튬 플레이 등 다양한 참가자 참여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청소년 게임을 부모가 함께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조그마한 관심이 청소년을 올바르게 인도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방학기간을 이용해 잠시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가족게임캠프에 참여한 가족들은 게임캠프를 통해 자녀와 부모간의 문제점이 줄어들었고 서로 어울려 여가를 보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자녀의 게임이용에 걱정이 많은 부모는 캠프에서 자녀와 함께 참여하면 게임에 대한 청소년 스스로 절제를 배우고 올바른 이용법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함께 하면 게임은 약이 된다.
<특별기획팀>
<특별기획팀>
팀장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게임중독을 예술로 치료한다
“청소년 게임중독을 예술로 치유한다.”
게임문화진흥협의회(위원장 원광연 KAIST교수)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일부 청소년들의 게임중독에 적극 대처하여 건전한 게임이용 문화조성을 위해 ‘게임중독치료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게임중독 예술치료 프로그램은 ‘친구야 놀자’라는 명칭으로 미술치료, 음악치료, 동작치료, 연극치료 등 예술 중심의 치료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치료마다 예술치료사가 있고 이들이 분야별로 지도한다.
예술치료 프로그램의 주요특징은 미술, 음악, 동작, 연극을 통하여 가상현실의 온라인 공간이 아닌 현실에서 창조적으로 놀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상현실의 놀이(게임)를 현실의 놀이로 이끌어 예술을 통한 놀이로 자신의 욕구를 자유롭고 안전하게 표출시키며, 창조적 표현을 통해 자신감과 자아의식을 회복시켜 본인 스스로 게임중독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미술치료는 먼저 그림이나 공작을 통해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사물의 인지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크게 자유롭게 그리기와 가면만들기로 나뉜다. 자유롭게 그리기는 현재의 느낌을 자유롭게 미술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으로 게임이 아닌 예술의 상상력을 키워주는데 목적이 있다. 가면만들기는 가면을 만들어 눈을 뚫지 않은 상태에서 얼굴에 쓰고 벽을 더듬으며 교실을 돌고 이동하며 팀으로 여러 게임을 즐기게 한다.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인간적 교감을 느끼게 한 후 눈을 뚫고 가면에 이름 붙여서 친숙도를 높인다.
음악치료는 소리를 냄으로써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치료법이다. 자연스러운 소리내기, ‘아·에·이·오·우’를 크게, 작게, 저음, 고음 순으로 얼굴 악기 만들기, 주변 재료로 소리 내보기, 자신을 악기로 표현해 여러 소리를 내어보기 등 다양한 소리를 통해 억눌린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또 그 소리를 탐색하며 크게, 작게, 빠르게, 천천히 내는 연습을 함으로서 주위 사물에 대한 집중력을 키우는 것도 목적이다.
동작치료는 워밍업으로 방석 던지기 게임부터 방석을 돌려가며 동물 흉내내고 따라하기, 방석을 돌려가며 좋아하는 말하고 모두 따라하기 등으로 진행한다. 4박자, 8박자, 16박자에 맞춰 천털기의 동작을 만들고 두 사람씩 또는 세 사람씩 사람 동상을 만들어 협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연극치료는 서로의 동작을 둘씩 따라하기하는 거울게임과 상대방의 손에 집중하는 자석게임으로 현실에서의 균형감각을 찾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룹별로 몸으로 네모, 동그라미 등 도형 만들고 다른 그룹이 표현하는 것을 이해하는 게임으로 진행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에 대한 생각을 연극을 통해 표현하게 해 현실감각을 일깨워 주는 것도 큰 목적중의 하나다.
게임중독 예술치료 프로그램과 치료를 담당한 이지언(명지대 예술치료학과 미술치료 전공)씨는 “게임의 공간을 탈피해 현실의 공간을 느끼게 하는 것이 예술치료의 근본 목적”이라며 “말로서는 표현하기 힘든 본성을 행위를 통해 표현함으로써 보다 솔직하게 자신의 위치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총 100여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치료해 본 결과 5%정도는 중독증세가 심해 개인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며 대부분은 예방차원에서 치유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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