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 업계가 연구인력 확보 자체가 어려운 데다 경력자들이 동종업계의 경쟁사로 빠져나가는 일이 많아지면서 인력확보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셋톱박스 업계의 인력난이 최근 들어 가중되는 것은 국내에서 셋톱박스 산업의 역사가 짧아 관련 엔지니어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은 반면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케이블 사업자의 디지털 전환, 방송 통신 융합에 따른 IP셋톱박스 시장 개화, 고부가 제품인 PVR 시장 확대 등으로 수요가 확대되고 이에 따라 신생업체도 늘어난 것이다.
또한 90년대 중반 유럽의 위성방송 개시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이 셋톱박스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IMF 이후 사업을 철수 또는 분사하면서 인력 양성이 주춤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등록을 마친 홈캐스트는 지난 한달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시모집 및 공개채용에서 경력자만 300명이 지원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많은 인력이 지원했지만 정작 필요한 CAS나 PVR 관련 엔지니어는 지극히 적어 200명 지원자 가운데 5명만을 선발했다.
그나마 이들 중 대부분이 업계 1, 2위를 다투는 업체에 근무중인 인력으로, 유수의 경쟁사 인력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현대디지털테크는 셋톱박스 사업 외에 올해 AMR이나 스마트폰, DMB단말기 등 신규사업 확대를 위해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려 하지만 역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더구나 코스닥 등록을 앞둔 A사가 자사 인력을 지속적으로 인력을 빼내려 한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4월초 내용증명을 보내 제지했다. 현대디지털테크 조창호 상무는 "업계가 워낙 작아 서로 신의를 지키지 않으면 분쟁의 소지가 있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용증명을 보내, 자제하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디지털 케이블 셋톱박스 개발을 위해 하드웨어 기술과 양방향 통신, CAS 포팅 기술 등을 두루 갖춘 경력자를 수시 모집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취업난이 극심하다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입맛에 맞는 인력 찾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셋톱박스 업계는 산업의 역사가 짧아 경력자 찾기가 더욱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홍정보통신 유흥식 팀장은 “셋톱박스 업계가 이직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기술인력이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회사를 옮기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회사가 잠시 어렵다고 떠나는 것은 산업 전체를 위해서 삼가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